청와대가 반도체 경기 호조로 추가 세수가 늘어도 국채 발행을 급격히 줄이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세수 흐름에 맞춰 발행 규모를 크게 흔들기보다 미래대응기금 적립과 일정 수준의 국채 발행을 병행하겠다는 뜻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올 초부터 우리가 예상치 못한, 반도체 경기에 따른 세수가 급증할 것 같다는 전망이 들어왔다”며 “내년에도 올 초만 해도 예상하지 못했던 대규모 세수가 들어올 것 같고 실제로 그렇게 전망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연합인포맥스는 전했다.
핵심은 세수가 많을 때 덜 빌리고, 줄어들면 더 빌리는 식의 재정 운용을 피하겠다는 데 있다. 세입이 경기 사이클에 따라 흔들리는 만큼 국채 발행도 해마다 큰 폭으로 조정하면 국가채무 관리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판단이다.
이 관계자는 과거 반도체 호황기였던 2017~2018년과 코로나19 이후 세수 증가 사례를 언급하며 “사이클을 그리는 세수는 많이 들어올 때는 있었지만 또 금방 꺼져버렸다”고 말했다. 그는 세수가 많이 들어오면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지출을 늘리는 방식이 반복됐다고 지적했다.
반대로 세수가 부족할 때는 정부 지출을 줄이면서 경기 침체를 키웠다는 진단도 내놨다. 그는 “2023년과 2024년 같은 경우 거의 2개년을 합하면 100조원 정도의 세수 결손이 생겼다”며 “불용 처리해서 정부 지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갔기 때문에 결국 경기도 죽고, 경기가 침체되면서 세금도 적게 들어오는 악순환을 그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한 해 100조~110조원 안팎의 국채를 발행해 재정 적자 부분을 충당하는 만큼, 추가 세수가 생기면 국채 발행을 줄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그것도 물론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면서도 “한 해는 이렇게 하고 한 해는 그렇게 한다는 것이 안정적인 국가채무 관리가 되는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미래대응기금은 반도체 호황으로 늘어난 세수를 그해 지출에 모두 쓰지 않고 경기와 세수 흐름에 따라 적립·활용하는 장치로 설계됐다. 본지는 앞서 미래대응기금이 필요하면 국채 상환과 세수 결손 대응에도 쓰일 수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국채는 정부가 재정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이다. 세입이 늘면 같은 지출 계획 아래에서 채권 발행으로 조달해야 할 재원이 줄어들 수 있어 국고채 공급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다만 정부는 초과 세수를 단기적인 국채 발행 감축 재원으로만 쓰는 방식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세수가 일시적으로 늘어난 해에 발행을 크게 줄이면, 다음 해 세수가 꺾일 때 더 많은 국채 발행이 필요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청와대는 국가채무 관리를 외면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의 국가채무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있고 어느 정도 불가피한 부분이 있다”며 “신규 발행을 줄이는 것보다 미래에 더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면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서 미래대응기금을 조성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가 세수 일부가 국채 발행 축소에 쓰일 가능성도 남겼다. 청와대 관계자는 “내년에도 어느 정도 수준의 세수는 국채를 덜 발행하는 쪽으로, 상환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시장에서는 초과 세수가 곧바로 국채 발행 감축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쟁점으로 남아 있다. 본지는 앞서 국고채 발행 축소 기대가 낮아졌다는 채권시장 전망을 전했다.
미래대응기금의 투자 대상은 지방, 미래산업, 청년, 교육·인재 등 네 축으로 제시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방주도 성장, 초격차 기술과 신산업, 청년 세대 지원, 고등교육·영유아·평생교육 재원 마련을 언급했다.
정부 예산안은 9월 1일 공개될 예정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예산안 공개 이후 국가채무 비율이 줄어드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