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막고 예외적으로만 허용하는 새 기준을 이르면 다음 주 공개할 예정이다.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일반주주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도화 단계로 들어가면서, 앞으로는 어떤 경우에만 상장을 허용할지와 주주 동의를 어떤 방식으로 받을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3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상장·공시규정, 상장세칙, 가이드라인 형태로 중복상장 예외 허용 기준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부는 지난 3월 자본시장 체질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신뢰, 주주보호, 혁신, 시장 접근성을 네 축으로 제시했는데, 중복상장 규율은 이 가운데 일반주주 보호를 강화하는 대표 과제로 꼽힌다. 그동안 유망 자회사를 따로 상장시키면 기업가치가 자회사로 분산돼 모회사 주가가 흔들리고, 그 부담을 모회사 일반주주가 떠안는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번 기준의 큰 줄기는 예외 허용 요건을 얼마나 엄격하게 설계하느냐다. 금융당국은 이미 영업의 독립성, 경영의 독립성, 투자자 보호를 심사 기준으로 보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새 규정에는 이를 실제 심사에 적용할 세부 잣대가 담길 전망이다. 특히 시장은 모회사가 어떤 방식으로 주주 동의를 받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당국은 중복상장 심사 과정에서 모회사 이사회가 마련한 주주보호 방안과 일반주주의 동의 수준을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볼 예정이며, 주주동의 절차 자체를 의무화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거론되는 방식은 소수주주 다수결, 3%룰, 특별결의 등 세 가지다. 소수주주 다수결은 지배주주를 사실상 배제하고 일반주주 뜻을 더 강하게 반영하는 방식이어서 취지상 가장 강한 보호 장치로 평가된다. 다만 특정 주주에게 지분율 이상으로 큰 영향력을 준다는 점에서 주주평등원칙 논란이 있다. 실제로 법무부는 올해 2월 발표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에서 이 방식이 주주평등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대로 특별결의는 형식상 모든 주주를 동등하게 다루지만, 지배주주 지분율이 높은 기업에서는 통과 문턱이 낮아져 일반주주 보호 효과가 약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하는 3%룰을 준용하는 절충안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장에서는 이미 제도 변화에 대응하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덕산하이메탈은 5월 29일 주주총회를 열고 자회사 덕산넵코어스 상장 승인 안건을 통과시켰다.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 기준 찬성률은 72.8%, 의결권 행사 주식 기준 찬성률은 92.7%였다. 이는 중복상장 논란이 커진 뒤 모회사가 일반주주 동의를 공식 절차로 확보한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반면 벤처캐피털 업계 등이 요구해온 반도체, 바이오, 인공지능 같은 특정 업종이나 중견·중소기업에 대한 일괄 예외 허용은 받아들여지지 않은 분위기다. 금융당국은 신성장 산업이라고 해서 주주보호 원칙을 달리 적용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상장 문턱을 단순히 낮추는 방향보다, 자금조달 필요성과 일반주주 권익 보호 사이의 균형을 더 엄격하게 따지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