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2026년 6월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급등해 주간거래를 1,529.7원에 마친 뒤 야간거래에서 1,540원을 넘어섰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미국의 대외 통상 조치, 외국인 투자자의 대규모 국내 주식 매도세가 한꺼번에 겹치면서 원화 약세가 빠르게 심해진 결과다.
이날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3.6원 오른 1,530.0원에 출발한 뒤 한때 1,520원대로 잠시 내려왔지만, 장 마감을 앞두고 다시 상승폭을 키웠다. 오후 3시 30분 기준 주간거래 종가는 13.3원 오른 1,529.7원으로 집계됐다. 이어진 야간거래에서는 상승세가 더 가팔라져 오후 5시 6분께 1,540.3원까지 오르며 지난 3월 31일 장중 고점 1,530.1원을 넘어섰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3월 10일 장중 1,561.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최근 환율 흐름은 일시적 변동을 넘어 불안이 장기화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15일 1,500.8원을 기록한 뒤 13거래일 연속 1,500원대에 머물렀다. 이는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2월 말부터 1998년 3월 초까지 49거래일 연속 이어진 기록 이후 가장 긴 기간이다. 올해 3월 중동 전쟁 발발 직후 나타났던 9거래일 연속 1,500원대, 2009년 금융위기 당시 11거래일 연속 기록도 이미 넘어섰다. 그만큼 시장이 원화를 위험자산으로 보고 달러로 이동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뜻으로 읽힌다.
배경에는 대외 불확실성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전날 6·3 지방선거로 국내 외환시장이 쉬는 사이 미국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이어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달러 수요가 커지면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떨어지기 쉽다. 여기에 미국 무역대표부가 한국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하면서 간밤 역외시장에서도 환율이 급등했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 후반까지 뛰어 100달러에 근접한 점도 부담이다. 한국은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아 유가가 오르면 달러 결제 수요가 늘고, 이는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점도 환율을 밀어 올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84% 내린 8,369.41에 거래를 마쳤고,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6조9천52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7일부터 이날까지 1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당국의 경고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물량은 급등 속도를 다소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시장상황점검회의에서 과도한 쏠림에는 필요한 조치를 즉시 취하겠다고 밝혔다. 개장 전 전해진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휴전 합의 소식도 추가 급등을 일부 제어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99.432로 전날보다 0.09%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엔/달러 환율은 159.860엔으로 160엔에 근접했다.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57.35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8.29원 올랐다. 이 같은 흐름은 중동 정세와 미국 통상 정책, 외국인 자금 이동 방향이 진정되지 않으면 당분간 원화 약세 압력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