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형 은행들이 결제 수수료 수입을 키우기 위해 결제망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만, 규제 강화와 시장 반발 가능성 때문에 실제 추진은 신중하게 이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제이피모건 체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피엔시 파이낸셜 등 미국 주요 은행들이 금융기술기업 피서브의 결제 시스템 인수를 놓고 수개월째 예비 논의를 진행해 왔다고 보도했다. 피서브는 미국에서 직불카드 결제에 쓰이는 네트워크인 스타와 액셀을 보유한 업체다. 결제망은 카드 사용 승인을 중개하고 수수료 흐름을 좌우하는 핵심 기반이어서, 이를 누가 소유하느냐에 따라 은행 수익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의 배경에는 미국의 금융 규제가 있다. 현재 미국 금융사는 2010년 통과된 도드-프랭크법의 더반 수정조항에 따라 외부 결제망을 사용할 때 가맹점 수수료 상한선 적용을 받고 있다. 연간 수수료 규모 자체는 수십억달러에 이르지만, 은행들은 상한 때문에 직불카드 이용 고객에게 더 많은 보상이나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왔다. 반대로 자체 결제 네트워크를 확보하면 이런 규제 적용 범위에서 벗어나 수수료 수입을 더 늘릴 여지가 생긴다고 보고 있다.
시장에서는 최근 캐피털 원 파이낸셜의 움직임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본다. 캐피털 원 파이낸셜은 디스커버 파이낸셜을 506억달러에 인수해 직접 결제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길을 택했다. 대형 은행들로서는 결제 사업을 단순한 부가 서비스가 아니라 수익성과 협상력을 함께 키울 수 있는 전략 자산으로 보기 시작한 셈이다. 여기에 피서브가 최근 경영난을 겪고 있고 주가도 1년 전보다 70% 하락한 점은 인수 검토를 자극하는 요소로 거론된다.
다만 실제 거래로 이어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벽이 적지 않다. 결제사를 인수하면 은행 수익은 늘어날 수 있지만, 소상공인과 가맹점 입장에서는 수수료 부담 확대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의회와 규제 당국도 시장 지배력 확대와 경쟁 제한 문제를 들여다볼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이유로 일부 금융사는 내부 논의에서 발을 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 금융권이 전통적인 예대마진 중심 수익 구조를 넘어 결제 인프라까지 직접 통제하려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지만, 최종 성패는 규제 문턱과 정치권 여론을 어떻게 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