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 회생을 위한 2천억원 규모 긴급운영자금 대출을 전액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파산 위기로 번지던 사태가 다시 회생 절차 재개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
메리츠증권·메리츠캐피탈·메리츠화재 등 메리츠금융 3사는 16일 잇따라 이사회를 열고 홈플러스 지원안을 최종 승인했다. 이번 자금은 디아이피 대출(DIP 대출, 회생절차 기업에 운영자금을 공급하는 금융지원) 형태로 집행되며, 조건은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연대보증이다. 메리츠금융은 당초 1천억원만 에스크로(자금 사용 목적을 정해 별도 예치하는 장치)에 넣고 나머지 1천억원은 MBK 측이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최종적으로는 전액 지원 쪽으로 선회했다.
이 결정에는 회생절차 폐지 이후 커진 시장 불안과 사회적 파장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메리츠금융과 MBK 측은 그동안 추가 자금 지원 방식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했고, 서울회생법원은 지난 3일 홈플러스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회생절차가 멈추면 기업은 사실상 파산 가능성에 더 가까워지게 되는데, 홈플러스처럼 점포와 협력업체, 입점 소상공인, 노동자 규모가 큰 유통기업의 경우 그 충격이 연쇄적으로 번질 수 있다. 다만 메리츠금융 내부에서는 고위험 대출 확대에 따른 배임 우려와 추가 지원에 대한 신중론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메리츠금융은 주주가치 제고를 중시하는 금융회사로서 추가 1천억원 지원은 고심 끝에 내린 어려운 결정이었다며, 이번 필수 자금 지원이 회생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병주 회장과 MBK파트너스도 자금 집행 시 대출 전액에 연대보증을 제공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는 자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안전판을 강화해 금융권 내부 반대를 누그러뜨리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회생 기업에 돈을 넣는 일은 통상 손실 위험이 크기 때문에, 보증 구조가 얼마나 확실한지가 실제 지원 여부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홈플러스는 즉시항고 기한인 20일까지 즉시항고를 진행할 계획이다. 법원이 즉시항고를 받아들여 회생절차 폐지 결정을 취소하면 회생절차 기한은 9월 4일까지 연장된다. 회사는 현재 임시휴업 중인 대형마트에 대해 회생법원의 연장 결정이 나오면 협력업체와 협의를 거쳐 영업 재개 일정을 다시 짜겠다고 밝혔다. 또 마트노조와 일반노조가 37개 점포 폐점 과정에서 회사의 재정 부담을 줄이는 데 협조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노조도 메리츠금융과 MBK 측 결정을 환영하면서, 정부에는 입점업체와 소상공인, 납품업체 지원을 요청했고 회사 경영진에는 비용 축소와 조직 효율화 같은 구조개혁을 촉구했다. 이 같은 흐름은 법원의 판단과 후속 자금 집행이 맞물릴 경우 홈플러스의 단기 유동성 위기를 완화하는 쪽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점포 구조조정과 영업 정상화, 이해관계자 설득이 함께 이뤄져야 회생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