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20일부터 신축매입임대주택 사업의 자금조달과 매입 기준을 한꺼번에 완화하면서, 비아파트 공급을 더 빠르게 늘리기 위한 제도 개편이 본격 가동됐다.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오피스텔 같은 비아파트 시장의 신뢰가 흔들린 데다, 청년층을 중심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주택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민간 사업자의 초기 부담을 낮춰 공급 속도를 끌어올리겠다는 취지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사업 초기에 필요한 자금 부담을 줄여주는 데 있다. 그동안 신축매입임대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 사업자는 토지비의 약 30% 수준을 스스로 먼저 마련해야 해 자금 압박이 컸다. 앞으로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자에게 미리 지급하는 토지 확보 지원금을 토지비의 최대 80%까지 높이면서, 사업자가 실제로 초기에 부담해야 하는 규모는 10% 수준으로 낮아진다. 여기에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남은 토지비와 설계비 등 초기 사업비에 대한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보증을 강화한다. 프로젝트파이낸싱은 사업성은 있지만 당장 현금이 부족한 개발 사업에 금융을 붙여주는 방식인데, 이 보증이 확대되면 민간 사업자가 대출을 받기 더 쉬워진다.
공사 진행 과정에서 자금이 막히는 문제를 줄이기 위한 장치도 함께 들어갔다. 정부는 공정률에 맞춰 3개월 단위로 공사비를 지급하도록 해 공사 중간에 현금 흐름이 끊기는 상황을 완화하기로 했다. 또 공사비 연동형으로 이미 약정된 사업 가운데서는 공사비 검증 절차가 길어져 착공이 늦어지는 사례가 있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6월 29일부터는 ‘선 착공·후 공사비 검증’ 방식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5월 22일 대책 발표일 기준으로 소급 적용된다. 이번 자금 지원 방안 전체도 지원 효과를 높이기 위해 올해 접수된 사업에 모두 소급 적용된다.
매입 방식과 기준도 현실에 맞게 손질됐다. 그동안에는 한 동 전체를 통째로 매입하는 방식이 중심이었지만, 앞으로는 일부 세대만 나눠서 매입하는 것도 허용된다. 사업 여건이 다양한 도심 비아파트 시장 특성을 반영한 조치로, 공급 가능한 물량을 더 폭넓게 확보하겠다는 의미다. 규제지역 내 최소 매입기준도 완화됐다. 기존에는 서울 19가구, 경기 50가구 이상이어야 했지만, 앞으로는 서울과 경기 모두 10가구 이상이면 된다. 이 기준은 LH가 20일부터 공고하는 매입임대 사업부터 바로 적용된다. 대규모 단지 중심이 아니라 중소 규모 사업장도 참여할 수 있게 되면서 민간 공급 기반이 넓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제도 손질이 결국 청년층 주거비 부담을 낮추고, 전세사기 우려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아파트 임대주택을 단기간에 공급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성수 국토부 주거복지정책관은 사업 전 단계에서 현장과 소통하며 애로를 계속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이번 대책은 공공이 직접 짓는 데 시간이 걸리는 한계를 민간 참여 확대로 보완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비아파트 매입임대 공급 실적과 민간 사업자 참여 규모에 따라 효과가 가늠될 가능성이 크며, 실제 공급 속도가 붙는다면 청년·서민층 임대시장 안정에도 일정한 영향을 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