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4월, 실물자산(RWA) 토큰화를 지향하는 레이어1 블록체인 프로젝트 만트라(MANTRA)의 네이티브 토큰 OM은 단 3시간 만에 90% 이상 폭락했다. 시가총액 60억 달러가 사실상 증발했고, 수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입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루나, FTX에 이어 또 하나의 시스템 붕괴”라 평가했다.
그러나 단 두 달 뒤, 국내 양대 거래소인 업비트와 빗썸이 연이어 OM을 상장했다. 5월 21일 업비트 상장에 이어, 7월 3일에는 빗썸도 OM을 원화 마켓에 정식 등록했다. 거래소의 연속적인 상장은 일견 프로젝트에 대한 신뢰 회복의 신호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해명되지 않은 의혹과 시장의 경계심이 공존하고 있다.
‘신뢰 회복’인가, ‘리스크 확산’인가
만트라 폭락 사태는 단순한 가격 급락이 아닌 구조적 신뢰 붕괴로 평가된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Lookonchain에 따르면, 가격 폭락 직전 총 4,360만 OM(약 2.3억 달러)가 17개 지갑에서 거래소로 이체되었으며, 이는 내부자 매도 혹은 조직적인 덤핑을 의심케 하는 정황이었다. 그러나 프로젝트 측은 이를 “중앙화 거래소의 강제 청산”이라고 설명했을 뿐, 지갑 주체나 이동 배경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없었다.
이에 대해 CoinTelegraph는 “프로젝트 측이 토큰 소각과 대시보드 오픈 등 후속 대응만 반복할 뿐, 핵심 질문에는 침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페인 경제지 El País 역시 “이번 사태는 집중된 토큰 구조와 유동성 부족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며 “현 상황에서 완전한 회복은 요원하다”고 평가했다.
거래소는 왜 다시 손을 내밀었나
그렇다면 왜 업비트와 빗썸은 논란이 끝나지도 않은 OM을 상장했을까. 업비트는 폭락 사태 발생 한 달 뒤인 5월 21일, OM을 원화, BTC, USDT 마켓에 동시 상장했다. 빗썸도 7월 3일 OM을 원화 마켓에 상장하며 국내 투자자 대상 접근성을 크게 높였다. 그러나 양 거래소 모두 상장 결정의 배경이나 사전 심사 기준을 외부에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거래소가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유동성과 변동성 수익을 노리고 위험을 재확산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실제로 OM은 상장 직후 높은 거래량을 기록했으며, 이는 거래소 측에 상당한 수수료 수익을 안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CoinDesk는 “이제 시장 조성자들은 프로젝트와 거래소 양측에 토큰 락업 정보와 시장 메이킹 구조에 대한 명확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며, 최근 일련의 스캔들이 암묵적 신뢰 구조를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로젝트는 달라졌는가
만트라 측은 사태 이후 총 3억 OM을 소각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이는 전체 공급량의 약 16.5%에 해당한다. 또한 실시간 온체인 대시보드 공개, 스테이킹 구조 개선, 검증인 분산 등 거버넌스 구조 강화도 약속했다. CEO 존 패트릭 멀린은 자신의 개인 할당분 1.5억 OM을 직접 소각하며 “우리 팀은 단 한 번도 내부 매도를 한 적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들은 폭락의 본질적 원인에 대한 구조적 해명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종의 “회복 포장”에 불과하다는 회의적 시선도 많다. 특히 여전히 집중된 토큰 보유 비율, 불투명한 내부 운영, 주요 투자자와의 관계 구조는 외부에서 검증이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 시장 반응은?
2025년 7월 5일 현재 OM은 약 $0.315에 거래 중이며, 시가총액은 약 3억 600만 달러 수준이다. 이는 폭락 직후 최저점 대비 60% 이상 회복한 수치지만, 사태 이전 고점(6달러 이상)과는 여전히 큰 격차가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상장 이후 단기적인 반등과 거래량 급증이 있었지만, 장기 보유를 고려하는 투자자 사이에서는 여전히 불신과 경계심이 강한 상황이다. 텔레그램과 X(트위터) 등 커뮤니티에서도 “회복이 아니라 회피일 뿐”, “거래소 상장으로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신뢰는 숫자가 아니라 태도로 쌓인다
만트라(OM)는 2025년 상반기 가장 극적인 폭락과 회복을 동시에 경험한 프로젝트다. 그러나 지금의 회복은 실질적인 투명성과 책임 위에 세워진 것인지, 아니면 여전히 포장된 리스크 위에 세워진 것인지 시장은 여전히 의문을 품고 있다.
거래소 상장이 신뢰의 척도로 간주되는 현실에서, 이번 사례는 ‘상장=안전’이라는 환상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보여주는 경고다. 투자자는 거래소보다 한발 앞서 물어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위기 이후, 정말 달라졌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