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CEO의 감정, 시장을 흔든다… '재무 치료'가 필요한 이유

기업의 수장을 맡고 있는 남성 경영인과 억만장자들은 외부적으로 강인하고 이성적인 결정권자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복잡한 심리적 문제와 감정적 고통이 숨어 있다. 이들이 겪는 고립감과 심리적 불안은 단순한 시장 변화나 투자 실패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돈 자체와 맺고 있는 정서적 관계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재무 심리학과 행동경제학을 통해 발전된 '재무 치료(financial therapy)'는 이런 비가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무 치료'는 돈에 대한 개인의 근본적인 인식과 감정, 그리고 과거 경험이 현재의 재무 결정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색한다. 특히 미국 캔자스주립대에서 학문적 기틀을 마련한 이후, 고소득 계층뿐 아니라 일반 가정까지 포함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으며 실제로 정서 불안 해소와 대인관계 개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 치료법의 주요 대상은 자신에 대해 정서적 사고를 할 줄 아는 일반인이나 가족 단위에 집중됐다. 반면 억만장자나 대기업 CEO처럼 '합리성'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이들은 상담 테이블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경영진과 돈 사이의 일그러진 감정 구조를 놓치는 중대한 실수일 수 있다.

특히 남성 CEO들은 자신이 주도하고 있는 기업의 시장 가치나 CEO로서의 지위에 감정적으로 과하게 집착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남성의 정체성이 위협받을 경우 협상에서 더욱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M&A 시장과 같은 고위험, 고감정적 의사결정 상황에서 더 강력하게 드러난다. 실제로 대다수의 인수합병이 가치 파괴로 끝나는데도 불구하고, 몇몇 CEO는 자신의 권위가 위협받았다고 느끼는 순간 전략적 판단보다는 감정적 방어에 치우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경향은 대기업 사무실보다 트위터처럼 감정적 반응이 빠르게 전파되는 공간에서 더욱 뚜렷하게 확인된다. 일론 머스크(Elon Musk)가 했던 "돈을 잃을지라도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겠다"는 발언은 단지 개인적 취향을 넘어서, 재무적 자율성과 권위 유지라는 감정이 얽힌 선택일 수 있다.

또한 선호 보유 효과(endowment effect)처럼 자신이 소유한 기업이나 자산을 실제 가치보다 높게 평가하고, 약간의 손실에도 과도하게 반응하는 경향은 억만장자와 같은 초고액 자산가들에게서 더 심각하게 나타난다. 해당 영역에 대한 심리적 집착은 객관적 판단을 흐리게 하며 때로는 공격적 행동이나 경제적 불안정을 초래하는 요인이 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남성 지배적 구조 안에서 재무 치료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억만장자나 고위 경영진을 위한 재무 치료는 단순 상담을 넘어, 유산 설계, 권한 위임, 자녀와의 갈등, 그리고 돈에 대한 죄책감을 포함한 여러 문제를 다룬다. 특히 통제 욕구, 불신, 만성적인 성취감 결핍 같은 문제는 종종 경제 위기가 아닌 정서적 위기에서 촉발된다.

이처럼 개인의 정서가 기업의 전략적 방향을 크게 바꿀 수 있는 환경에서, 재무 치료는 단순한 개인적 치유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결국 기업 경영 안정성과 산업 구조의 건전성, 나아가 글로벌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구조적 처방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남성 경영인과 억만장자는 재무 치료의 혜택을 가장 절실히 받아야 할 집단이다. 개인의 심리적 불안정이 경제 전반에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돈에 대한 인식을 점검하고 재정적 결정을 보다 성숙하게 다듬는 과정은 모두를 위한 안정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