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단백질 식사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가운데, 전통 육류를 대체하는 단백질 식품 스타트업들이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을 유치하며 주목받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배양육이나 식물성 고기처럼 육류를 모방하는 제품보다, 기존 식사 형태와는 다른 경로로 단백질 공급을 늘리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크런치베이스가 최근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단백질 중심 식품 스타트업 28곳이 지금까지 총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유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건 달걀 단백질, 고단백 병아리콩, 그리고 고단백 팝콘에 이르기까지, 이들 스타트업은 육류보다 더 지속가능하고 확장 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기업인 뉴시서(NuCicer)는 기존 병아리콩보다 75% 높은 단백질을 함유한 품종을 개발 중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데이비스에 본사를 둔 이 기업은 병아리콩을 ‘탄수화물 폭탄’이 아닌 고단백 작물로 바꾸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또한 클로이 카다시안이 창업한 팝콘 브랜드 클라우드(Khloud)는 1회 제공량당 7g의 단백질을 함유해 기존 팝콘보다 2~3배 많은 단백질을 제공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뉴욕에 본사를 둔 에너지 바 제조사 데이비드(David)는 단일 150칼로리 바에 28그램의 단백질을 담아냈다. 마카롱이나 초콜릿칩 쿠키 반죽 등 단맛을 강조한 제품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으며, 12개 들이 한 세트가 약 40달러에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미국 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인도 뭄바이에 본사를 둔 더 홀 트루스(The Whole Truth)는 유청 단백질을 활용한 스낵바로 1,500만 달러(약 216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의 마이스 무(Mais Mu)는 단백질 음료와 바 형태 제품 출시를 통해 새 자금을 확보한 상태다.
기능성 식품을 넘어, 단백질 원료 자체를 개발하는 영역에서도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 동물성 원료 없이 유제품 단백질을 생산하는 퍼펙트 데이(Perfect Day)는 지금까지 8억 달러(약 1조 1,500억 원)를 넘게 조달했다. 이들은 발효 공정을 통해 유제품과 유사한 단백질을 구현하고 있으며, 최근에도 9,000만 달러를 추가 유치한 바 있다.
식물 기반 단백질도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침수 식물 렘나로부터 단백질을 생산하는 플랜터블 푸드(Plantible Foods)는 최근 미 칩틀레 레스토랑 체인으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으며, 단백질 대체 식재료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모든 흐름은 소비 트렌드와 산업적 필요가 맞물린 결과다. 영양 불균형과 단백질 결핍 문제가 여전한 개발도상국에선 저비용·대량 생산 가능한 단백질 원료가 절실하고, 동시에 선진국 소비자들은 체중 감량이나 근육 강화 같은 목적의 고단백 식단을 선호하면서 관련 수요가 꾸준히 증가 중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장 적극적인 소비자층은 체중 1kg당 2g, 즉 건강 유지를 위한 권장량의 2배 이상의 단백질을 일상적으로 섭취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공급은 기존 대형 유제품 업체들이 유청 단백질 생산을 확대하면서 충당되는 부분도 크다. 하지만 새로운 포맷에 대한 소비자 수요가 계속된다면, 혁신적인 제품 포지셔닝과 기술 기반을 갖춘 스타트업들의 시장 내 입지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