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지역은행들이 부동산 투자펀드에 대한 부실 대출을 잇달아 공개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2023년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의 재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 가운데 제이미 다이먼(Jamie Dimon) JP모건체이스 CEO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일회성 사고로 치부하지 말고 더 큰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특정 부동산 펀드에 대한 대출 부실…시장 전이 우려
문제는 미국 서부 지역 은행인 자이언스 뱅코프(Zions Bancorp)와 웨스턴 얼라이언스(Western Alliance)에서 촉발됐다. 양사는 앤드루 스투핀(Andrew Stupin)과 제럴드 마르실(Gerald Marcil)이 운영하는 부동산 관련 투자펀드에 자금을 대출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해당 대출은 부실 담보와 자산 중복 이전 혐의로 논란이 되고 있다.
Zions는 100% 자회사인 캘리포니아 뱅크앤드트러스트를 통해 2016~2017년에 약 6,000만 달러 규모의 대출을 제공했으며, 이 가운데 약 5,000만 달러를 손실로 처리했다. Western Alliance도 담보권 확보에 실패했다고 공시하며, 유사한 구조의 사기성 대출에 노출돼 있음을 시인했다.
사모 크레딧 구조 불투명성…“다른 은행도 예외 아냐”
이번 사태는 대출 구조가 주로 투명성이 낮은 사모 크레딧(private credit) 형태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추가 피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사한 조건의 대출이 타 은행에도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최근에는 Tricolor, First Brands 등 중소기업의 파산으로 인해 JPMorgan, UBS, Jefferies 등 대형 금융기관도 일정 수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Western Alliance 역시 First Brands에 대한 노출을 보유하고 있다.

제프리스, 자기자본 손실 가능성 우려
특히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는 자회사인 포인트 보니타 캐피털(Point Bonita Capital)을 통해 First Brands에 자산기반대출(Asset-Based Lending)을 제공했고, 자체 펀드에도 약 4,500만 달러의 자기자본을 투입한 상태다. 이로 인해 단순 대출 손실을 넘어 투자 손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제프리스가 보유한 관련 펀드의 총 노출 규모는 7억2,000만 달러에 달한다.
제이미 다이먼 “문제 축소해서는 안 돼”
이와 관련해 JP모건체이스 CEO 제이미 다이먼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번 사안이 일부 은행에 국한된 문제로 끝날지, 아니면 더 넓은 금융 시스템의 문제로 확산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며, “금융시장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려면 초기 징후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형 은행들은 이번 사태에 직접적인 영향은 적을 수 있으나, 금융 생태계 전체를 고려하면 결코 방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스템 리스크로 확산 가능성은 낮아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이 2023년 SVB 사태와 같은 대규모 시스템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당시에는 전방위적인 금리 인상으로 은행 전반이 리스크에 노출되며 뱅크런까지 발생했지만, 이번에는 일부 지역은행에 국한된 문제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미국 4대 은행의 3분기 실적에서도 JPMorgan을 제외한 대부분의 은행들이 대손충당금을 전년 대비 줄였으며, 현재는 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과 양적 긴축(QT) 완화 기대가 금융시장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관전 포인트는 실적 발표
이번 사안의 진정 여부는 다음주 발표될 주요 지역은행의 3분기 실적에 달려 있다. 자이언스 뱅코프는 오는 10월 20일, 웨스턴 얼라이언스는 21일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며, 이들 은행의 대출 손실 범위와 대응 전략에 따라 금융시장의 반응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