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벤처투자 시장에 다시 활기가 돌고 있는 가운데, 투자 환경이 지난 2021년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당시 기록적인 벤처 투자와 기술 기업 주가 상승이 정점을 이뤘던 상황과 현재의 흐름이 유사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21년, 나스닥지수가 16,000선을 상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시기처럼, 현재 나스닥은 23,000선 근처까지 근접하며 다시금 사상 최고치 돌파를 노리고 있다. 애플(AAPL), 마이크로소프트(MSFT), 엔비디아(NVDA) 등 상위 기술기업 5곳의 시가총액은 총합 16조 달러(약 2,304조 원)를 넘어섰고, AMD(AMD), 팔란티어(PLTR), 브로드컴(AVGO) 등도 올해 들어 최고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러한 공공시장 강세는 비상장 스타트업 투자자들에게도 강력한 신호를 주며, 전반적인 기업가치 상승에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벤처 자금 유입 역시 다시 가속화되고 있다. 2021년 당시 전 세계 스타트업에 투자된 금액은 6,400억 달러(약 921조 6,000억 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서도 3분기까지 3,030억 달러(약 436조 3,000억 원)가 투자되며 우상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오픈AI(OpenAI)의 400억 달러(약 57조 6,000억 원) 규모 자금 유치는 AI 분야에 대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기업가치 역시 가파르게 상승 중이다. 2021년과 마찬가지로, 인기 스타트업들은 시리즈A에서 시리즈C까지 빠르게 승격되며 자금 조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사이버보안, AI, 국방 기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후속 투자를 받은 유니콘들이 대거 등장했으며, 이 중 다수는 단 1년도 안 되는 기간 내 고속 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모든 지표가 호조를 보이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는 소위 '균열'이라 불리는 불안신호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Figma와 Chime, Circle 등 최근 기업공개(IPO)에 나선 스타트업들이다. 이들 기업은 초기 상장 직후 관심을 모았지만, 주가는 최고점 대비 60% 이상 빠지며 조정을 받고 있다. Figma는 한때 가장 유망한 상장 후보로 손꼽혔지만, 현재 주가는 눈에 띄게 하락세다.
또한, 2021년 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상장이 붐을 이뤘던 당시처럼, 투자자들 사이에선 몇몇 비상장기업의 실적 악화나 밸류에이션 과열에 대한 경고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위워크(Wework), 메트로마일(Metromile), 버즈피드(Buzzfeed) 등이 대표적으로 이 흐름의 희생양이 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투자 환경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인공지능 기업들의 추가 자금 조달 가능성과 IPO 시장 회복 여부, 그리고 기술주 전반의 주가 추이 등을 제시한다. 특히,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제너레이티브 AI 분야 스타트업들이 기대만큼의 밸류에이션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가 시장 흐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반등 랠리가 또 다른 정점을 형성하는 국면인지, 아님 본격적인 장기 호황의 서막인지를 판단하려면, 지금부터 나타나는 작지만 묘한 '이상 징후'들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경고가 나온다. 벤처 투자 시장은 화려한 외양 뒤에 리스크가 내재돼 있다는 점에서,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