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반등과 연준의 금리 동결에도 가상자산 시장은 뚜렷한 온도 차를 드러냈다. 크립토닷컴(Crypto.com) 리서치에 따르면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은 지난주 하락세를 나타냈고, 비트코인 연계 우선주 STRC의 급락과 프라이버시 코인 규제 강화, 기관들의 스테이블코인 및 실물연계자산(RWA) 시장 진입이 동시에 전개되며 시장 구조 변화가 빨라지고 있다.
거시 환경은 완화됐지만 가상자산은 차별화 장세
최근 미국과 이란 간 평화 협정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다소 완화되면서 뉴욕 증시는 안도 랠리를 보였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및 반도체 대형주가 상승을 주도했고, 나스닥과 S&P500 지수는 강한 반등세를 기록했다. 여기에 미 연방준비제도는 기준금리를 3.50~3.75%로 4회 연속 동결하며 단기 불확실성을 일부 걷어냈다. 다만 위험자산 전반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진 않았다. 크립토닷컴(Crypto.com) 리서치는 전통 금융시장의 회복과 달리 가상자산 시장은 수급과 제도 이슈가 더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동반 약세, 현물 ETF도 순유출
지난주 비트코인(BTC)은 3.76%, 이더리움(ETH)은 1.16% 하락했다. 미국 현물 비트코인 ETF와 현물 이더리움 ETF에서도 모두 자금 유출이 발생해 기관 수요가 단기적으로 둔화된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금리 동결이라는 표면적 호재보다 시장 참여자들이 유동성, 변동성, 규제 리스크를 더 민감하게 가격에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비트코인 관련 상품에 대한 기대가 높았던 상황에서 ETF 순유출은 보수적 포지셔닝 강화의 신호로 읽힌다.
STRC 급락이 드러낸 디지털 크레딧 시장의 취약성
가장 큰 충격은 비트코인 기반 배당주로 주목받았던 STRC(스트래티지)의 붕괴였다. STRC는 마진콜과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면서 역대 최저가인 88.6달러까지 밀렸다. 함께 언급된 SATA 역시 장부가 100달러를 밑도는 수준으로 하락했다. 두 자릿수 배당을 내세운 우선주 구조가 레버리지 수요와 결합하면서 상승기에는 매력적으로 보였지만, 하락장에서는 청산 압력을 증폭하는 구조적 약점이 드러난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디지털 크레딧’ 상품 전반에 대한 재평가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고수익을 앞세운 상품일수록 담보 구조, 유동성 공급 경로, 청산 메커니즘을 세밀하게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알트코인은 선별적 강세, 실사용성과 구조 개편이 변수
대형 자산이 약세를 보인 가운데 일부 알트코인은 개별 호재에 힘입어 상승했다. 유니스왑(UNI)은 수수료 소각 메커니즘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며 관련 지표가 급등했다. 이는 단순 거래량 확대보다 토큰 경제 구조 개편이 가격과 투자심리에 더 크게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아발란체(AVAX)는 28개 기관이 참여하는 금융 컨소시엄 출범 소식에 강세를 나타냈다. 기관 참여가 늘어날수록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실사용 가능성과 신뢰도는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무디스의 솔라나 도입, RWA 확산의 분기점 되나
기관 채택 측면에서는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움직임이 눈에 띈다. 무디스는 솔라나(SOL) 블록체인에 신용평가 시스템을 통합하며 실물연계자산(RWA) 시장 확장에 힘을 실었다. 전통 금융에서 핵심 인프라로 여겨지는 신용평가 체계가 퍼블릭 블록체인과 결합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채권, 대출채권, 펀드 수익권 등 오프체인 자산의 온체인 이전 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있다. 시장은 향후 어떤 자산군이 먼저 제도권 기준에 맞춰 토큰화될지 주목하고 있다.
전통 금융권,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 상품 경쟁 확대
전통 금융기관들의 상품 출시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프랭클린 템플턴은 전통 금융의 배당금을 비트코인으로 전환하는 펀드를 제안했고, 블랙록은 비트코인 가격 변동성을 활용해 수익을 추구하는 ETF를 선보였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와 피델리티는 각각 스테이블코인 준비금 운용을 겨냥한 머니마켓펀드(MMF)를 내놓으며 결제형 디지털 자산 시장까지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이는 가상자산이 더 이상 독립된 투기 자산군에 머물지 않고, 배당·현금성 자산·준비금 관리 등 전통 금융의 핵심 기능과 접점을 넓히고 있음을 뜻한다.
프라이버시 코인 규제는 더 강해진다
규제 환경은 한층 엄격해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은 2027년 7월부터 익명 계정과 프라이버시 코인을 금지하는 강도 높은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필리핀 중앙은행도 프라이버시 코인 상장을 엄격히 제한하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이는 거래 익명성보다 추적 가능성과 규제 적합성이 우선되는 방향으로 글로벌 시장이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프라이버시’ 자체의 기술적 가치와 별개로, 제도권 편입을 원하는 프로젝트라면 AML과 컴플라이언스 기준을 충족하는 구조 설계가 불가피해졌다는 의미다.
시장 재편의 중심은 유동성, 제도, 상품 구조
종합하면 최근 가상자산 시장은 거시 환경 개선만으로 상승 동력이 회복되는 국면이 아니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의 약세, STRC 급락이 드러낸 구조적 취약성, 솔라나(SOL) 기반 RWA 확산, 프라이버시 코인 규제 강화, 그리고 전통 금융기관의 상품 진출이 한꺼번에 맞물리며 시장의 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크립토닷컴(Crypto.com) 리서치가 제시한 사례들은 앞으로의 경쟁력이 단순 가격 상승 기대가 아니라 ‘유동성’, ‘규제 적합성’, ‘상품 설계의 지속 가능성’에 달려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은 이제 단순한 상승장 논리보다 어떤 자산과 플랫폼이 제도권 신뢰를 확보하며 실질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지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