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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분석] IBM 지역 지형도에 ‘한국’은 없었다… 토큰화 경제에서 우리는 어떤 좌표를 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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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산 토큰화·中 국가 주도·日 도매 실용주의로 갈라진 세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STO 사이에서 한국의 전략을 묻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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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기업가치연구소(IBV)의 『토큰화 경제의 은행업』 보고서는 글로벌 금융권이 토큰화 경제로 이동하는 흐름을 11개 지역별로 정리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영국, 캐나다, 호주, 아시아태평양(APAC), 인도, 중동·아프리카(MEA), 중남미(LATAM)가 표 안에 자리했다.

그런데 이 지형도에서 눈에 띄는 공백이 있다. 한국이다.

한국은 별도 항목으로 호명되지 않았다. 아시아태평양이라는 넓은 범주 안에 묶였을 뿐이다. 반면 일본은 별도 지역으로 분리돼 “도매 토큰화에는 실용적이고, 소매 CBDC와 스테이블코인에는 신중하다”는 뚜렷한 좌표를 부여받았다.

이 차이는 작지 않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활발한 암호자산 투자 시장 중 하나이고,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증권(STO) 논의가 빠르게 전개되는 국가다. 그럼에도 글로벌 컨설팅 보고서의 토큰화 지형도에서 한국은 독립된 전략 단위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누락이 아니다. 한국이 아직 토큰화 경제에서 자기 좌표를 명확히 제시하지 못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세계는 세 갈래 길로 나뉘고 있다

IBM 보고서가 제시한 지역별 규제 태세는 토큰화 경제가 하나의 길로 수렴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각국은 자국 통화, 자본시장 구조, 규제 철학에 따라 서로 다른 전략을 택하고 있다.

가장 뚜렷한 축은 미국, 중국, 일본이다.

미국은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에는 부정적이지만, 민간 스테이블코인과 자산 토큰화에는 적극적이다. 달러 패권을 바탕으로 민간 발행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고, 토큰화 자산·담보·커스터디·정산 인프라에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이 접근의 핵심은 결제 자체보다 인프라다. 달러는 이미 글로벌 결제와 자금조달의 중심 통화다. 미국 입장에서는 새로운 화폐를 만드는 것보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움직이는 토큰화 레일의 규칙과 수익 구조를 장악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IBM이 미국 은행에 “스프레드보다 인프라 임대료를 우선하라”고 조언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중국은 정반대다. 민간 스테이블코인을 억제하고, 소매 CBDC와 국가 주도 토큰화를 밀어붙인다. 목표는 개방형 금융 혁신보다 정책 전달력, 자본 통제, 결제 주권 강화에 있다. 기술을 시장에 맡기기보다 국가가 직접 설계하고 통제하는 방식이다.

일본은 실용주의에 가깝다. 소매 CBDC와 스테이블코인에는 신중하지만, 도매 토큰화와 기관 정산 인프라에는 적극적이다. 엔화가 국제 자금조달 통화로 활용되는 구조, 장기 저금리 환경, 안정적인 금융기관 중심 시장을 활용해 프로그래머블 자금조달과 정산 백본을 강화하는 전략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은 미국처럼 기축통화 패권을 갖고 있지 않다. 중국처럼 폐쇄적 국가 주도 모델을 택하기도 어렵다. 일본처럼 도매 금융 중심의 조용한 실용주의만으로 가기에는 소매 투자자 기반과 암호자산 시장의 에너지가 너무 크다.

결국 한국은 세 모델 중 하나를 그대로 가져올 수 없다. 스스로 좌표를 설계해야 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기술이 아니라 통화주권의 문제다

한국의 첫 번째 좌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이다.

IBM 보고서는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대부분이 달러에 연동돼 있으며, USDT와 USDC가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단순한 시장 점유율 문제가 아니다. 토큰화 경제의 결제·정산 레일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자국 통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없는 국가는 토큰화 경제에서 달러 인프라에 종속될 가능성이 크다. 온체인 결제, 디파이 담보, 글로벌 송금, 토큰화 자산 거래가 모두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기준으로 움직이면 원화의 디지털 활용 공간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블록체인 상품이 아니다. 통화주권의 문제다.

핵심 쟁점은 이미 드러나 있다. 발행 주체를 은행으로 제한할 것인가, 비은행 사업자까지 허용할 것인가. 준비자산은 어떻게 보관하고, 누가 감독할 것인가. 한국은행과 금융당국의 역할은 어떻게 나눌 것인가. 원화 스테이블코인에 이자를 허용할 것인가. 이용자 보호와 통화정책 안정성을 어떻게 동시에 확보할 것인가.

이 논쟁은 기술 논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한국이 토큰화 경제에서 어떤 화폐 위에 설 것인지를 정하는 문제다.

IBM 보고서의 시나리오는 이 긴장을 뒷받침한다. 응답 임원의 32%는 규제가 허용될 경우 예금이 수익률을 제공하는 스테이블코인으로 상당 부분 이동할 수 있다고 봤다. 42%는 대기업이 자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상황도 유력하게 전망했다.

이는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원화 기반 디지털 결제 인프라를 제도권 안에서 설계하지 못하면, 그 빈자리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이나 대기업 중심의 폐쇄형 토큰이 채울 수 있다. 이 경우 금융당국이 나중에 규칙을 만들더라도 시장의 기본 레일은 이미 밖에서 형성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STO는 제도보다 실행이 먼저 시험대에 오른다

두 번째 좌표는 토큰증권이다.

IBM 보고서가 제시한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는 토큰화 증권이 자본시장을 재편하는 미래다. 이 시나리오에서 기존 거래소, 청산소, 커스터디언은 지금보다 배경으로 물러나고, 블록체인 기반 플랫폼이 발행·거래·정산을 직접 처리한다.

토큰증권의 장점은 분명하다. 근실시간 정산, 자동화된 컴플라이언스, 소수점 소유, 투자 접근성 확대, 낮아진 중개 비용이다. 부동산, 채권, 펀드, 미술품, 지식재산권 등 기존 자본시장에서 유동성이 낮았던 자산도 토큰화를 통해 더 작은 단위로 거래될 수 있다.

다만 IBM 조사에서 이 시나리오를 “매우 유력하다”고 본 응답자는 18%에 그쳤다. 방향은 분명하지만, 속도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한국은 이미 STO 제도화의 문 앞에 서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과 관련 제도 정비를 통해 토큰증권 발행·유통의 법적 틀을 만들려는 논의가 진행돼 왔다. 그러나 관건은 법 문구가 아니라 실행 인프라다.

제도가 열려도 이를 담을 시스템과 인력이 없으면 시장은 움직이지 않는다. IBM은 코어뱅킹 현대화 프로젝트의 94%가 초기 일정을 지키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응답 임원의 71%는 토큰화 관련 인력 부족을 호소했다.

한국 금융권도 이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토큰증권 플랫폼을 만들려면 기존 계정계, 고객확인, 투자자 보호, 예탁·결제, 과세, 공시, 내부통제 시스템이 모두 연결돼야 한다. 블록체인 기술만 붙인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STO의 승부는 “법이 허용됐는가”보다 “금융기관이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가”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의 강점은 시장, 약점은 좌표다

한국은 토큰화 경제에서 불리한 국가가 아니다. 오히려 조건만 놓고 보면 강점이 뚜렷하다.

디지털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모바일 금융과 간편결제 확산 속도도 빠르다. 소매 투자자층은 두텁고, 암호자산 거래 경험도 풍부하다. 증권사, 은행, 핀테크, IT 기업이 모두 디지털 금융 전환에 익숙하다. 규제 당국의 시장 이해도도 과거보다 높아졌다.

문제는 이 강점들이 하나의 국가 전략으로 묶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주권과 금융안정 논쟁에 갇혀 있고, STO는 자본시장법 개정과 인가 구조 논의에 묶여 있다. 커스터디는 제도권 진입의 필요성이 크지만 아직 시장 표준이 분명하지 않다. 디지털자산 기본법 역시 산업 육성, 이용자 보호, 기관 참여 사이에서 명확한 우선순위를 잡지 못하고 있다.

IBM은 APAC 지역에 대해 역내 경쟁자에게 자금 흐름을 빼앗기지 않도록 국경 간 상호운용성을 확보하고, 소매 투자자의 접근 비용을 낮추라고 조언했다. 이 문장은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이 토큰화 경제에서 택할 수 있는 현실적 좌표는 세 가지다.

첫째,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디지털 통화주권을 지키는 것이다. 이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에 맞서는 폐쇄적 방어가 아니라, 원화가 토큰화 경제 안에서도 결제와 정산의 단위로 쓰일 수 있게 만드는 최소 조건이다.

둘째, STO를 통해 자본시장 접근성을 넓히는 것이다. 한국의 강한 소매 투자 기반을 제도권 토큰증권 시장으로 흡수할 수 있다면, 부동산·채권·펀드·비상장 자산의 유동화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

셋째, 커스터디와 정산 인프라를 통해 역내 허브를 노리는 것이다. 한국이 직접 기축통화국이 될 수는 없지만, 규제 신뢰와 기술 실행력을 갖춘 디지털자산 인프라 허브가 될 수는 있다. 특히 일본, 동남아, 중동을 연결하는 기관용 토큰화 인프라에서 역할을 찾을 수 있다.

한국형 모델은 ‘주권형 개방성’이어야 한다

한국은 미국형, 중국형, 일본형을 그대로 따라가기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형 모델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답은 주권형 개방성에 가깝다.

중국처럼 민간 혁신을 막을 수는 없다. 미국처럼 달러 패권에 기대 민간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방치할 수도 없다. 일본처럼 도매 금융만 바라보기에는 한국의 소매 투자 시장과 디지털 소비자 기반이 너무 크다.

따라서 한국은 원화 기반의 규율 있는 스테이블코인, 제도권 STO, 라이선스 기반 커스터디, 상호운용 가능한 정산 인프라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핵심은 개방하되 방치하지 않고, 규제하되 질식시키지 않는 균형이다.

특히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STO를 별개 의제로 다뤄서는 안 된다. 두 영역은 결국 같은 질문으로 연결된다. 토큰화된 자산을 어떤 화폐로 사고팔 것인가. 그 자산은 어디에 보관할 것인가. 누가 정산하고, 누가 감독하며, 누가 사고가 났을 때 책임질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이 곧 한국의 토큰화 전략이다.

이름이 없다는 것은 아직 늦지 않았다는 뜻이다

IBM의 지역 지형도에 한국이 없다는 사실은 불편하다. 그러나 그것이 곧 한국이 뒤처졌다는 뜻은 아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아직 스스로를 규정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IBM은 향후 24개월이 토큰화 경제의 승자와 나머지를 가를 것이라고 봤다. 이 기간 동안 각국은 스테이블코인 규제, 토큰증권 제도, 커스터디 인프라, 디지털 정산망의 기본 구조를 확정해 갈 것이다.

한국이 이 시기를 놓치면 시장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이미 움직이고 있고, 글로벌 금융기관은 토큰화 자산과 커스터디 인프라를 준비하고 있다. 기업은 자체 결제망과 토큰 발행을 검토할 수 있으며, 소매 투자자는 더 편리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한국이 다음 지형도에서 이름을 얻으려면 선택이 필요하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통화주권을 지키고, STO로 자본시장의 접근성을 넓히며, 커스터디와 정산 인프라로 역내 허브를 노리는 전략이다.

토큰화 경제에서 좌표는 남이 찍어주지 않는다. 스스로 찍어야 한다. IBM 보고서의 표에 한국이 없었다는 사실은 그래서 경고이자 기회다. 지금 좌표를 정하지 않으면, 다음 금융 인프라의 지도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APAC’이라는 넓은 이름 뒤에 묻힐 수 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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