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2026년 3월 국내 주식을 사상 최대 규모로 순매도했고, 채권 투자도 5개월 만에 순회수로 돌아섰다.
금융감독원이 16일 발표한 ‘2026년 3월 외국인 증권투자 동향’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달 국내 상장주식을 43조5천5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는 2월 순매도 규모 19조5천580억원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시장별로 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43조8천880억원을 순매도했고, 코스닥시장에서는 3천840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 자금이 대형주가 많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집중적으로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이 같은 매도 확대는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 유가가 오르고, 위험자산을 줄이려는 심리가 강해진 데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지정학적 불안이 커지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지는 자산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증시도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지역별로는 중동에서만 2천억원 순매수가 나타났고, 유럽이 26조4천억원으로 가장 많이 순매도했다. 이어 미주 9조8천억원, 아시아 5조6천억원 순으로 자금 유출이 컸다. 국가별로는 카타르 5천억원, 케이맨제도 3천억원 순매수였고, 영국 16조3천억원, 미국 9조5천억원 순매도가 두드러졌다.
외국인의 국내 상장주식 보유 규모도 큰 폭으로 줄었다. 3월 말 기준 보유액은 1천576조2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449조4천억원 감소했다.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외국인 보유 비중도 30.7%로 낮아졌다. 외국인 비중은 국내 증시의 수급과 환율 흐름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로 꼽히는데, 비중 하락은 그만큼 한국 시장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채권시장에서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상장채권 5조4천420억원을 순매수했지만, 만기상환으로 16조3천590억원을 돌려받으면서 전체적으로는 10조9천160억원을 순회수했다. 순회수는 새로 투자한 금액보다 만기 도래 등으로 회수한 자금이 더 많았다는 의미다. 지역별로는 미주만 9천억원 순투자했고, 아시아는 7조원, 유럽은 3조4천억원 순회수했다. 종류별로는 국채 6조8천억원, 통화안정증권 2조2천억원 모두 순회수로 집계됐다. 3월 말 기준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액은 323조7천990억원으로, 전체 상장잔액의 11.6%를 차지했다.
외국인 자금은 주식과 채권 모두 대외 변수에 민감하게 움직이는 성격이 강하다. 따라서 중동 정세, 국제 유가, 원/달러 환율, 주요국 통화정책 방향이 당분간 안정되지 않으면 외국인 자금의 변동성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국내 금융시장의 가격 조정과 환율 불안, 투자심리 위축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어 관련 지표를 함께 지켜볼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