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자산운용이 2026년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를 상장하면서, 국내 ETF 시장이 개별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 경쟁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삼성자산운용은 26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ODEX 삼성전자단일종목레버리지’와 ‘KODEX SK하이닉스단일종목레버리지’를 선보인다고 밝혔다. 두 상품의 설정액은 총 2조4천억원으로, ETF 상장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삼성전자 상품이 1조665억원, SK하이닉스 상품이 1조3천665억원이다. 이날 시장에는 삼성자산운용을 포함한 8개 운용사가 모두 16개 상품을 동시에 내놓는다. 이 가운데 레버리지 상품이 14개, 인버스 상품이 2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는 특정 종목의 하루 등락률을 각각 정방향 또는 반대 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구조여서, 짧은 기간의 방향성 투자 수요를 겨냥한 상품으로 볼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자사 상품의 차별점으로 현물 레버리지 구조를 내세웠다. 일반적으로 레버리지 ETF는 수익률을 확대해 따라가기 위해 선물 같은 파생상품을 함께 써야 한다. 그런데 선물 비중이 높아지면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다음 만기의 계약으로 갈아타는 롤오버 과정에서 비용이 생긴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번 상품에서 현물 비중을 상대적으로 높여 이런 매매 비용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운용사는 시장 상황에 따라 현물과 선물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또 현물을 보유하는 만큼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제시했다.
설정·환매 방식을 현금이 아닌 현물 납입으로 설계한 점도 비용 절감 전략으로 꼽힌다. 현물 납입은 투자자가 돈 대신 실제 기초 주식을 주고받는 방식이다. 기존의 현금 방식에서는 환매가 발생할 때 운용사가 보유 주식을 시장에서 팔아야 하고, 이 과정에서 0.2%의 매도 거래세가 붙는다. 삼성자산운용은 이런 구조적 비용을 줄이면 연 1.1~1.4% 수준의 거래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총보수는 연 0.29%로 다른 운용사들의 0.0901~0.25%보다 높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보수 외에 실제 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숨은 비용까지 합쳐 보면 투자자의 실질 수익률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삼성자산운용은 또 지정참가회사(AP) 25개와 유동성공급회사(LP) 15개를 확보해 상장 직후부터 호가를 촘촘하게 제공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는 매수호가와 매도호가의 차이인 스프레드를 줄이고, 시장가격이 실시간 순자산가치(iNAV)에서 크게 벗어나는 현상을 줄이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상품 출시는 해외에 몰렸던 반도체 투자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일부 되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해외 상장 ETF는 일반적으로 양도소득세 부담이 따르지만, 국내 ETF는 구조에 따라 자본차익에 사실상 비과세 혜택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수익 기회만큼 위험도 크다. 금융당국은 이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유의사항을 통해 적은 자금으로 손실이 확대되는 지렛대 효과와, 주가가 오르내림을 반복할수록 수익률이 깎이는 음의 복리효과를 경고했다. 예를 들어 기초자산이 20% 하락한 뒤 다시 20% 오르면 일반 상품의 손실은 4%지만, 2배 레버리지 상품은 40% 하락 후 40% 상승의 경로를 거치면서 최종 손실이 16%로 커질 수 있다. 결국 이 시장은 거래비용과 유동성 경쟁이 핵심 변수가 되는 동시에,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는 상품 구조에 대한 이해가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내 ETF 시장이 더 세분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지만, 고위험 상품에 대한 규제와 투자자 교육 필요성도 함께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