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일 장중 사상 처음 8,900선을 넘었지만, 급등에 따른 차익 실현 매물과 외국인 매도세가 맞물리면서 곧바로 혼조 흐름으로 돌아섰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94.81포인트 오른 8,883.19로 출발한 뒤 한때 8,933.62까지 올라 장중 기준 처음으로 8,900선을 돌파했다. 전날 세운 장중 최고치 8,874.16도 다시 갈아치웠다. 다만 상승세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오전 9시 30분 기준 코스피는 전장보다 67.20포인트(0.76%) 내린 8,721.18을 기록했다. 단기간에 지수가 큰 폭으로 오른 뒤 투자자들이 수익 실현에 나서면서, 지수는 8,800선을 중심으로 오르내리는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코스피 월간 상승률이 28.5%에 달했던 만큼 단기 과열 부담이 시장 전반에 남아 있는 상태로 해석된다.
수급에서는 외국인 매도가 가장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4천62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난달 7일 이후 18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이어갔다. 원화 약세도 외국인 자금 흐름에 부담을 줬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7.7원 오른 1,512.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환율이 오르면 원화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어서,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주식을 팔아도 환차손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반면 개인은 1조920억원, 기관은 4천138억원을 각각 순매수하며 지수 하단을 받쳤다. 외국인이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는 1천39억원 순매수를 보였다는 점은 현물 매도와는 결이 다른 헤지성 대응으로 읽힌다.
해외 증시 분위기만 놓고 보면 이날 국내 증시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간밤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가 0.09%,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가 0.26%, 나스닥 종합지수가 0.42% 오르며 3대 지수가 모두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엔비디아가 6.26% 급등하며 기술주 랠리를 이끌었고, 젠슨 황 최고경영자가 대만 ‘GTC 타이베이’ 행사에서 인공지능 노트북용 칩 ‘N1 X’를 공개한 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델 테크놀로지, HP도 함께 강세를 보였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1.06% 올랐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휴전 연장과 호르무즈 해협 개방 관련 합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중동 지정학적 긴장 완화 기대도 일부 반영됐다. 그러나 국내 시장은 해외 호재보다 외국인 매도와 단기 급등 부담을 더 크게 반영하는 모습이었다.
종목별로는 같은 반도체 대형주 안에서도 흐름이 갈렸다. 삼성전자는 3.87% 오르며 장중 처음 37만원선을 찍었지만, SK하이닉스는 1.35% 내렸다. SK스퀘어도 1.71% 하락했고, 현대차(-3.47%), 기아(-1.59%), 삼성전기(-9.13%), HD현대중공업(-3.73%) 등도 약세를 보였다. 젠슨 황의 이번 주 방한 기대감으로 앞서 급등했던 LG전자는 52주 신고가 경신 뒤 5.78% 하락했고, 네이버도 7.18% 밀렸다. 반면 삼성생명(4.02%), 삼성물산(1.43%) 등 삼성그룹 일부 종목은 강세였고, LG에너지솔루션도 7.36% 급등했다. 업종별로 보면 아이티서비스(-7.15%), 건설(-5.17%), 증권(-3.70%)이 약했고, 통신(4.37%), 보험(2.58%), 유통(0.21%)은 상대적으로 강했다. 코스닥지수는 같은 시각 20.54포인트(1.96%) 내린 1,029.49로 낙폭을 키웠다. 개인이 1천787억원 순매도했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천148억원, 663억원 순매수했다.
결국 이날 시장은 사상 최고치 경신이라는 상징성과 단기 급등 이후의 부담이 동시에 드러난 장세로 볼 수 있다. 뉴욕 기술주 강세와 인공지능 관련 기대는 여전히 국내 반도체와 성장주에 우호적이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과 환율 불안이 이어지면 지수는 당분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외국인 수급이 다시 돌아서는지, 그리고 단기 급등 업종에서 차익 매물이 얼마나 빠르게 소화되는지에 따라 좌우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