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10일 미국 뉴욕 나스닥 시장에서 미국주식예탁증서(ADR) 거래를 시작하며 미국 자본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시점에 세계 기술기업과 투자자가 집중된 시장으로 무대를 넓혔다는 점에서, 이번 상장은 단순한 해외 상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SK하이닉스는 이날 오전 뉴욕 맨해튼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ADR 상장을 기념하는 오프닝벨 행사를 열고 곧바로 공식 거래에 들어갔다. ADR은 미국 투자자가 해외 기업 주식을 자국 시장에서 보다 쉽게 사고팔 수 있도록 만든 증서다.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현지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고, 글로벌 자금 조달 기반을 넓히는 통로로 활용된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는 행사에서 회사의 성장 과정을 돌아보며 위기 극복과 전략적 투자를 이번 상장의 배경으로 제시했다. 그는 25년 전 반도체 업황 악화로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를 버텨냈고, 2012년 SK그룹 편입 이후 고대역폭 메모리(HBM) 투자와 개발을 이어가며 경쟁력을 키웠다고 설명했다. HBM은 AI 연산에 필요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는 고성능 메모리로, 최근 AI 산업 확대와 함께 핵심 반도체로 떠오른 분야다.
곽 CEO는 특히 미국 시장의 전략적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AI 산업의 중심지로서 고객과 협력사, 핵심 인재가 모여 있는 곳인 만큼, 이번 상장이 이들과의 연결을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순히 주식 거래 시장을 하나 더 확보했다는 의미를 넘어, AI 반도체 공급망과 기술 협력의 한복판으로 더 깊이 들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기술력뿐 아니라 고객 접점과 시장 신뢰를 함께 확보하려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나스닥 측도 이번 상장의 상징성을 크게 평가했다. 밥 맥쿠이 나스닥 아시아태평양 의장은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입성이 회사뿐 아니라 한국과 아시아 자본시장에도 의미 있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어 곽 CEO에게 상장 기념패를 전달했고,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최재원 수석부회장도 함께 기념 촬영에 나섰다. 오전 9시 30분에는 관계자들이 함께 버튼을 눌러 개장을 알렸고, 타임스스퀘어 나스닥 마켓사이트 전광판에는 ‘웰컴 투 나스닥’ 문구와 함께 SK하이닉스, ADR 티커인 ‘SKHY’, 상장 완료를 알리는 문구가 표시됐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SK하이닉스가 미국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AI 반도체 주도권 경쟁에서 글로벌 존재감을 더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