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의 장기 회사채 가치가 최근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만기 2056년 채권 가격이 달러당 90.7센트까지 떨어지면서, 유효수익률은 7.5%로 올라 ‘정크본드’에 가까운 수준이 됐다.
CNBC에 따르면 스페이스X의 최장기물 채권은 이번 주까지 달러당 90.7센트로 밀리며 발행 이후 9.3% 급락했다. 미국 투자등급인 ‘BBB’급 회사채 1450개 가운데 수익률 악화 폭도 가장 컸다. 신용스프레드 역시 발행 당시 175bp에서 231bp로 확대돼, 시장이 스페이스X의 개별 위험을 더 높게 반영하고 있다는 뜻을 보여준다.
채권 약세는 주가 흐름과도 맞물린다. 스페이스X 주가는 고점에서 크게 밀렸고, 상장가 아래로도 내려갔다. 시장에서는 회사채 가격이 주식 약세를 뒤따르는 전형적인 흐름으로 보고 있다. 한 채권 트레이더는 CNBC에 “스페이스X가 공모 직후부터 자금시장을 두드리고 있다”며 대규모 설비투자와 누적 손실을 부담 요인으로 짚었다.
실제로 스페이스X는 올해 들어 20억달러 규모의 교두보 대출을 받은 데 이어, 지난 6월 처음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2031년부터 2056년까지 만기가 나뉜 다섯 개 구간에 걸쳐 자금을 조달했지만, 발행 직후 2거래일 만에 투자자들은 약 3억500만달러의 평가손실을 떠안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례는 채권 가격과 수익률의 관계도 다시 보여준다. 채권은 고정 이자 지급이 핵심이어서, 가격이 떨어질수록 새로 진입하는 투자자의 기대수익은 높아진다. 스페이스X의 2056년 만기 채권은 쿠폰금리 6.65%를 제공하지만, 시장 가격이 달러당 90센트 수준으로 내려오면서 실질 수익률은 7.5%까지 올라갔다. 이 때문에 만기까지의 ‘coupon’은 유지되더라도 시장가치는 빠르게 훼손됐다.
문제는 공급 부담도 겹쳤다는 점이다. 인공지능 기업들의 대규모 차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엔비디아, 아마존 등과 함께 회사채 발행 물량이 몰리면서 시장의 흡수 여력이 약해졌다. 투자심리가 흔들릴 때는 신규 발행 물량이 많을수록 가격이 더 쉽게 밀린다는 점이 이번에도 확인된 셈이다.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압박을 받는 상황은 스페이스X의 자금조달 환경이 이전보다 엄격해졌음을 시사한다. 우주사업의 성장성은 여전히 높게 평가받지만, 시장은 대규모 투자와 현금 소모, 그리고 자회사 손실 부담을 더 차갑게 들여다보고 있다. 당분간 스페이스X를 둘러싼 ‘신용 프리미엄’ 재평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