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와 코스닥이 20일 장중 큰 폭으로 밀리면서 국내 증시 전반에 위험 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가 약해진 데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까지 겹치면서, 주요 지수는 개장 직후부터 흔들린 뒤 하락 폭을 더 키우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61.47포인트(3.83%) 내린 6,559.13을 나타냈다. 지수는 177.02포인트(2.60%) 하락한 6,643.58로 출발했고, 장중 한때 6,800선을 회복했지만 다시 밀렸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 증시에서 반도체 관련 종목이 약세를 보인 데 이어,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진 점이 국내 시장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 기술주 약세와 지정학적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면 투자자들은 통상 주식 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수급만 놓고 보면 외국인과 기관은 유가증권시장에서 각각 4천416억원, 17억원 순매수 중이지만, 개인이 4천419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키우는 모습이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가운데 삼성전자(-2.84%)와 에스케이하이닉스(-2.71%)가 나란히 약세를 보였고, 에스케이스퀘어(-1.49%), 현대차(-5.29%), 엘지에너지솔루션(-1.95%)도 동반 하락했다. 반면 상위 20개 종목 안에서는 삼성전기(0.55%), 에스케이(3.10%), 하나금융지주(0.51%) 정도만 오름세를 유지했다. 업종별로도 부동산(0.63%)만 상승했고 보험(-6.30%), 기계·장비(-6.21%), 의료·정밀기기(-5.54%) 등 대부분 업종이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특정 업종의 문제라기보다 시장 전체가 한꺼번에 위험 자산을 줄이는 국면에 가깝다는 뜻이다.
코스닥의 낙폭은 더 컸다. 같은 시각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8.17포인트(4.82%) 내린 753.67을 기록했다. 지수는 18.63포인트(2.35%) 하락한 773.21로 출발한 뒤 시간이 갈수록 낙폭을 키웠고, 오전 10시 52분 54초께에는 프로그램 매도 호가 일시 효력정지인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사이드카는 선물·현물시장에서 급격한 가격 변동이 발생했을 때 일시적으로 프로그램 매매를 제한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는 장치다. 시가총액 상위주 가운데 알테오젠(-0.90%), 에코프로비엠(-5.16%), 에코프로(-6.00%) 등도 대부분 내렸다.
다만 개별 종목별로는 재료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른 흐름도 나타났다. 삼천당제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먹는 세마글루타이드 제네릭 개발과 관련한 사전 협의, 즉 프리 안다(제네릭 의약품 허가 신청 전 단계 협의) 공식 답변서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가격제한폭에 가까운 29.82% 급등세를 보였다. 전체 시장은 불안정하지만, 뚜렷한 기업별 호재가 있는 종목에는 자금이 몰리는 전형적인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중동 정세와 미국 증시, 특히 반도체주 방향이 진정될 때까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