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28일 장 초반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국내 반도체 대표주 전반에 투자심리 위축이 뚜렷해졌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오전 9시 45분 기준 전 거래일보다 8.46% 내린 23만2천500원에, SK하이닉스는 10.02% 하락한 163만4천원에 거래됐다. 삼성전자가 23만원대로 밀린 것은 5월 4일 이후 두 달여 만이며, SK하이닉스도 5월 초 종가 수준까지 내려왔다. 국내 증시를 이끌어온 대표 반도체 종목이 동시에 급락했다는 점에서 시장 충격이 적지 않은 모습이다.
이번 하락은 중국 반도체 장비 산업의 진전 가능성이 부각된 데다, 인공지능 관련 투자 열기가 한 차례 조정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겹친 영향으로 해석된다. 간밤 미국의 한 온라인 매체는 중국이 네덜란드 장비업체 에이에스엠엘이 주력으로 생산해온 극자외선 노광장비보다 한 단계 이전 세대인 심자외선 노광장비 양산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노광장비는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핵심 설비로, 기술 격차와 공급망 경쟁력을 가르는 대표 장비로 꼽힌다.
다만 관련 내용의 사실관계는 좀 더 확인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중국 교통대학교의 한 교수가 내부 회의에서 언급한 내용이 뒤늦게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히 어느 회사의 양산인지 확인되지 않아 실제 개발 진도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중국의 기술 추격이 빨라질 수 있다는 가능성 자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기술 우위가 수익성과 기업가치에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확인되지 않은 신호에도 주가 변동성이 커지는 경향이 있다.
미국 증시에서 먼저 나타난 반도체주 약세도 국내 투자심리를 더 얼어붙게 했다. 뉴욕증시에서 에이에스엠엘은 6% 가까이 하락했고, 엔비디아도 5%가량 내렸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도 7% 떨어졌고, 마이크론과 샌디스크 역시 각각 2%, 11% 넘게 하락했다. 최근 시장은 인공지능 서버와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의 성장 기대를 높게 반영해왔는데, 그만큼 작은 악재에도 차익 실현 매물이 한꺼번에 나올 수 있는 구조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반도체 업종의 실적 전망과 글로벌 기술 경쟁 구도, 미국 증시 움직임에 따라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중국 장비 기술의 실제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인공지능 투자 확대가 계속 기업 실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가 국내 반도체주의 단기 방향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