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대형 3사가 닷새 사이 7조2897억원 규모 거래를 잇달아 확정했다. 한미약품은 비만 신약 후보물질을 수출했고,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을 사 왔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 기업 인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한미약품(128940)은 24일 로슈(Roche)그룹 자회사 제넨텍(Genentech)과 비만·대사질환 신약 후보물질 HM17321의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제넨텍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HM17321의 개발·제조·상업화 권리를 갖는다.
계약 선급금은 1억9000만 달러(약 2629억원)다. 임상 개발·허가·상업화 마일스톤을 포함한 총 계약 규모는 최대 23억500만 달러(약 3조1892억원)이며, 제품 출시 이후 로열티는 별도다.
HM17321은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한 비인크레틴 계열 UCN2 유사체다. 회사는 이 물질이 체중 감량과 근육 보존을 동시에 목표로 한다고 설명했다.
한미약품은 2025년 1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IND를 승인받았다. 현재 건강한 성인과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내약성 등을 평가하는 임상 1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대형 기술수출 흐름과 맞물린다. 본지는 앞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의 올해 공개 기술수출 계약 총액이 110억 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SK바이오팜(326030)은 26일 바이오헤이븐(Biohaven)과 오파칼림(Opakalim·BHV-7000) 및 Kv7 이온채널 플랫폼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바이오헤이븐은 보도자료에서 SK바이오팜이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합쳐 최대 7억9500만 달러(약 1조996억원)를 지급한다고 밝혔다.
오파칼림은 초점성 뇌전증 치료를 목표로 개발 중인 Kv7.2/7.3 칼륨채널 활성화제다. 현재 임상 2·3상 단계에 있다.
이 거래는 한미약품 계약과 돈의 방향이 반대다. 한미약품은 후보물질을 넘기고 선급금을 받지만, SK바이오팜은 후기 임상 자산과 플랫폼을 확보하기 위해 선급금 4억 달러(약 5532억원)를 지급한다.
바이오헤이븐은 RISE3 임상 탑라인 결과가 2026년 하반기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임상 결과가 향후 계약 가치와 상업화 가능성을 가르는 첫 관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훈(Donghoon Lee) SK바이오팜 대표이사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이러한 서로 다른 기전의 물질을 확보해 1+1이 단순히 2가 되지 않는 그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노린다"고 말했다. 기존 제품과 다른 작용 기전을 갖춘 파이프라인을 추가했다는 설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28일 이사회에서 3조9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결의했다. 신주 227만주를 주당 132만2000원에 발행한다.
조달 자금 중 2조7062억원은 스위스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그룹(PolyPeptide Group) 인수에 쓰인다. 나머지 2948억원은 인천 송도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에 투입된다.
CDMO는 제약사로부터 의약품 개발과 생산을 위탁받아 수행하는 사업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항체 중심 생산 역량에 펩타이드 분야를 더하려는 거래 구조를 택했다.
존 림(John Rim)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이사는 "글로벌 톱티어 CDMO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고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고 말했다. 다만 유상증자는 주주 대상 자금조달인 만큼 인수와 설비 투자가 실제 수주와 가동률로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
세 거래의 성격은 뚜렷이 나뉜다. 한미약품은 기술수출로 개발 권리를 넘겼고, SK바이오팜은 외부 후보물질과 플랫폼을 들여왔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해외 CDMO 기업 인수와 설비 투자를 위해 주주 대상 자금조달을 택했다.
다만 계약 총액이 곧바로 확정 매출을 뜻하지는 않는다. 한미약품과 SK바이오팜 계약에는 임상·허가·상업화 단계에 따라 지급되거나 수령되는 마일스톤이 포함돼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유상증자도 폴리펩타이드그룹 인수와 제2바이오캠퍼스 증설에 필요한 자금 조달 절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