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경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이 윤석열 정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결정 과정에서 사실상 배제돼 있었다고 밝히면서, 당시 정책 의사결정의 투명성과 절차가 도마에 올랐다.
조 전 차관은 2025년 10월 1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예산 삭감 관련 질의에 대해 "R&D 예산이 10조 원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조차 오늘 이 자리에서 처음 들었다"고 언급했다. 그는 특히 본인이 대통령실 과학기술비서관과 과기정통부 1차관을 연이어 지냈음에도 불구하고, 주요 예산 조정 과정에 참여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조 전 차관의 증언에 따르면, 2023년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재정전략회의에서 R&D 예산에 대해 전면 재검토를 지시한 직후, 조 전 차관은 7월 3일 과기정통부 1차관으로 부임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예산 결정 과정에서는 차관과 실무 담당자들이 전면 배제됐고, 장관이 1·2차관이 함께 예산을 조정하자는 제안을 세 차례나 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조 전 차관은 "공식적인 절차상 삭감이 없었던 예산이 어떻게 10조 원으로 줄어들었는지를 당시에는 전혀 알 수 없었다"며, 당시 대통령실 최상목 경제수석의 예산 삭감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도 몰랐다고 밝혔다. 그는 재정전략회의에 제출된 R&D 예산안 초안조차 회의 당일에야 공유받았다며, 실질적인 정책 결정에서 주요 인사들이 배제된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조 전 차관은 공공 연구 분야의 부조리 지적 발언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는, "장관이나 차관이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실무 공무원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어 내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정치 쟁점화 우려에 대해 "이 문제는 부처 차원의 사안으로 봤기 때문에, 대통령에게까지 책임을 돌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증언은 과학기술 분야에서 예산 결정 과정이 제대로 된 내부 논의 없이 단독 지시에 의해 진행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향후 R&D 정책의 수립 과정에서 투명성과 책임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과학기술 행정에서 장관과 차관 간 협의 구조가 작동하지 않았던 점은, 향후 조직 운영 및 정책 결정 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