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추진하는 ‘디지털 유로’가 오프라인 결제 기능을 탑재할 경우, 현금보다도 자금세탁·테러자금조달(AML/CFT) 측면의 범죄 악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결제 편의성과 프라이버시를 얻는 대신, 규제 설계 난도가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국제결제은행(BIS) 연구진은 이번 주 보고서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는 ‘모든 형태에 동일한 규제’를 적용하기보다, 온라인·오프라인 등 ‘변형(variant)’별 위험 프로필에 맞춘 규제 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 작성에는 안드레아 민토(Andrea Minto), 아네케 코세(Anneke Kosse), 시라카미 다케시(Takeshi Shirakami), 피터 비르츠(Peter Wierts)가 참여했다.
보고서는 “오프라인 디지털 유로 결제는 다른 조건이 같다면 온라인 디지털 유로 결제나 상업은행 예금 결제, 또는 커스터디(호스티드) 방식의 암호자산 지갑 결제보다 AML/CFT 위험이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 환경에서는 거래 기록의 즉시 확인과 이상거래 탐지, 이용자 식별 같은 ‘통제 장치’가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다는 논리다.
개인정보·무인터넷 결제 선호가 오프라인 기능을 밀어올려
유럽에서는 디지털 유로를 둘러싸고 ‘오프라인 기능’에 대한 선호가 꾸준히 확인돼 왔다.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기대가 크고, 인터넷 연결 없이도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오프라인 기능은 근거리무선통신(NFC)이나 블루투스 같은 수단을 통해, 온라인에 접속하지 않은 상태로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설계될 수 있다.
다만 BIS는 이런 특성이 범죄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회피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현금이 ‘번거롭고 휴대성이 떨어지는’ 반면, 오프라인 디지털 유로는 불법 자금 이전에 더 적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규제 측면에서도 쟁점이 남아 있다. 유럽연합(EU)은 자금세탁 방지를 위해 2027년부터 현금 결제 한도를 1만유로로 제한할 예정이다. 원화로는 약 1463만5000원(€10,000×$1.08 내외 환산은 변동 가능, 참고로 원달러환율 $1=1,463.50원 기준) 수준이다. 반면 디지털 유로에 현금과 유사한 한도를 적용할지 여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한도 설계는 ‘사용성’과 ‘불법거래 억제’ 사이의 균형을 가르는 핵심 변수로 꼽힌다.
보고서는 “소매용 CBDC가 일반에 발행될 경우 AML/CFT 프레임워크 안에 편입돼야 한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 CBDC 결제는 불법 사용 탐지 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즉, 동일한 디지털 유로라도 접속 방식에 따라 감독·추적·보고 체계가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디지털 유로는 속도전, 미국은 ‘디지털 달러’에 제동
유럽 의회는 지난달 온라인·오프라인 기능을 모두 갖춘 디지털 유로 도입을 지지하며, 제도화 논의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정치권은 민간과 역외(非EU) 사업자들이 결제 디지털화를 빠르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유럽중앙은행(ECB)이 발행하는 디지털 유로가 결제 주권을 지키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EU는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디지털 유로는 중앙은행이 발행자라는 점에서, 민간 기업이 미 국채 등 준비자산을 기반으로 토큰을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과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설명이다.
반면 미국은 당분간 CBDC 추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CBDC에 반대 입장을 내세웠고, 지난해(원문 기준) CBDC 설립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주에는 2030년까지 연방준비제도(Fed)가 CBDC를 발행하지 못하도록 하는 초당적 법안도 발의됐다.
시장에서는 유럽이 디지털 유로를 ‘공공 인프라’로 밀어붙이는 동안, 오프라인 기능이 가져올 AML/CFT 리스크를 얼마나 정교하게 통제하느냐가 프로젝트 신뢰도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프라이버시와 편의성이라는 강점을 살리면서도, 현금보다 ‘더 어두운 결제 수단’으로 비치지 않도록 설계·규제·감독 체계를 함께 맞춰야 한다는 주문이 커지고 있다.
🔎 시장 해석
- BIS는 ‘디지털 유로’가 온라인/오프라인 등 구현 방식(variant)에 따라 AML/CFT 위험도가 크게 달라진다고 진단
- 특히 오프라인 결제는 즉시 검증·이상거래탐지·이용자 식별이 약해질 수 있어, 현금보다도 범죄 악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경고
- EU는 결제 주권(역외 결제사업자·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영향) 확보를 위해 디지털 유로를 공공 인프라로 ‘속도전’ 추진
- 미국은 CBDC에 정책적 제동(행정명령·입법 시도)으로 당분간 추진 가능성이 낮아, 지역 간 CBDC 전략이 대비
💡 전략 포인트
- 오프라인 기능 도입 시 핵심은 ‘프라이버시·사용성’과 ‘추적가능성·규제준수’의 균형 설계(한도, 보유·거래 상한, 리스크 기반 규제)
- EU가 2027년 현금 결제 한도(€10,000)를 도입하는 만큼, 디지털 유로(특히 오프라인)에 유사·차등 한도를 적용할지 여부가 신뢰도 좌우
- 동일 자산(디지털 유로)이라도 접속 방식에 따라 감독·보고·컴플라이언스 체계를 분리(온라인 = 실시간 통제 강화, 오프라인 = 사후 동기화·한도·위험등급 등 보완장치)
- 시장 관점에서 ‘오프라인=현금 대체’ 인식이 강해질수록 규제 강도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 설계 단계에서 AML/CFT 요구조건을 선반영하는 프로젝트가 우위
📘 용어정리
-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통화의 디지털 형태(소매용은 일반 대중 사용 목적)
- 디지털 유로: ECB가 추진 중인 유로화 기반 CBDC
- 오프라인 결제: 인터넷 연결 없이 NFC/블루투스 등으로 결제하는 방식(거래 데이터의 즉시 검증이 제한될 수 있음)
- AML/CFT: 자금세탁방지(AML) 및 테러자금조달방지(CFT) 규제 체계
- 스테이블코인: 달러 등 법정통화/국채 등 준비자산에 연동돼 가격 안정성을 목표로 하는 민간 발행 토큰
💡 자주 묻는 질문 (FAQ)
Q.
오프라인 디지털 유로는 왜 ‘현금보다’ 돈세탁 위험이 커질 수 있나요?
오프라인 결제는 인터넷 연결이 없기 때문에 거래 기록을 즉시 확인하기 어렵고, 이상거래 탐지나 이용자 식별(KYC) 같은 통제 장치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게다가 현금은 운반이 번거롭지만, 오프라인 디지털 유로는 휴대·이동이 더 쉬운 형태로 설계될 수 있어 범죄자에게 더 ‘효율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게 BIS의 우려입니다.
Q.
그럼 오프라인 기능을 없애야 하나요? 어떤 규제·설계가 필요하죠?
없애기보다는 ‘위험 기반’으로 설계를 보완하는 방향이 거론됩니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결제에 더 낮은 거래/보유 한도를 두거나, 일정 기간 후 온라인 동기화를 의무화하고, 고위험 패턴 발생 시 추가 인증·거래 제한을 두는 방식이 가능합니다.
핵심은 프라이버시·무인터넷 사용성을 살리면서도 AML/CFT 준수 수준을 확보하는 균형입니다.
Q.
EU의 ‘현금 1만 유로 한도’가 디지털 유로(오프라인)에도 그대로 적용되나요?
EU는 2027년부터 현금 결제 한도를 1만 유로로 제한할 예정이지만, 디지털 유로에 현금과 동일한 한도를 적용할지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오프라인 디지털 유로는 불법거래 탐지가 더 어려울 수 있어, 현금과 ‘같거나 더 엄격한’ 한도·통제 장치가 논의될 가능성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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