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의 ‘디지털 자산 시장 명확성 법안(CLARITY Act)’이 독립기념일(7월 4일) 서명 목표를 넘기면서, 8월 7일 상원 휴회 전까지 단 4주라는 촉박한 시간에 놓였다. 법안은 살아 있지만, 정치적 교착과 표 계산의 벽이 현실적 한계로 떠올랐다.
상원 문턱은 ‘60표’…시간보다 표가 부족하다
해당 법안은 지금까지 추진된 암호화폐 시장 구조 입법 중 가장 앞서 있다. 2025년 7월 하원에서 294대 134라는 압도적 표차로 통과됐고, 상원 은행위원회도 5월 14일 15대 9로 승인했다. 6월 1일에는 본회의 상정이 가능한 상태로 일정에 올랐다.
문제는 ‘클로처(cloture)’ 60표 요건이다. 공화당 단독으로는 이를 충족할 수 없다. 위원회 단계에서 찬성한 민주당 의원은 애리조나의 루벤 가예고와 메릴랜드의 안젤라 알소브룩스 단 두 명뿐이다. 본회의 통과를 위해선 최소 7명 이상의 민주당 이탈표가 필요한데, 이해충돌 조항을 둘러싼 이견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절차도 빠듯하다. 이견 조정 이후 클로처 신청, 토론, 표결까지 상원 일정의 상당 시간을 소모해야 한다. 8월 7일 휴회 이후엔 국방수권법(NDAA)과 예산안이 정국을 장악하고, 중간선거 국면까지 겹쳐 초당적 합의는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트럼프 ‘14억 달러’ 가상자산 수익 공개…정치 쟁점 부각
트럼프 대통령의 연례 재산 공개는 논쟁에 불을 붙였다. 2025년 기준 약 14억 달러(약 2조1462억 원)에 이르는 암호화폐 관련 수익과 1억 달러(약 1533억 원) 이상의 보유 자산이 드러났다. 수익은 밈코인 로열티,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토큰 판매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원 은행위원회 민주당 간사 엘리자베스 워런은 “공직자와 가족이 암호화폐 산업에서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예고 의원 역시 “부패성 거래를 강력히 단속하겠다”고 밝혀, 위원회 찬성이 곧 본회의 지지로 이어지지 않음을 분명히 했다.
다만 이번 공개가 협상 구도를 바꾸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민주당은 이미 이해충돌 방지 조항을 핵심 요구로 내세워 왔고, 이번 수치는 이를 ‘더 크게 부각’하는 효과에 그쳤다는 분석이다.
백악관-민주당 ‘윤리 규정’ 충돌…합의 없인 시간만 흐른다
패트릭 위트 백악관 암호화폐 고문은 “규정은 전반에 적용돼야 하며 특정 공직자를 겨냥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보다 강력한 이해충돌 차단 장치를 요구한다. 이 대치는 이미 오래된 쟁점으로, 공개된 자산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한 조건에서 타협이 필요하다.
여기에 최근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독립 규제기관 위원 해임 권한을 폭넓게 인정한 판결도 변수로 작용한다. 민주당이 요구해 온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초당적 구성’ 장치는 실효성이 약화됐고, 협상 카드로서의 가치도 떨어졌다.
결국 CLARITY Act의 향방은 시간보다 ‘표’와 ‘윤리 규정 타협’에 달려 있다. 남은 4주 안에 교착을 풀지 못할 경우, 암호화폐 시장 제도화는 다시 정치 일정에 밀려 장기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