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사(HR)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의 투자 유치가 올해 들어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크런치베이스(Crunchbase) 집계에 따르면, 2025년 9월 중순까지 HR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투자액은 총 19억 달러(약 2조 7,4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2024년 전체 투자액인 20억 달러에 거의 근접한 수치다. 이 중 미국 스타트업들이 차지한 금액만 12억 달러(약 1조 7,300억 원)로, 전년도 미국 시장 전체 투자액 11억 달러보다 증가했다.

다만 투자자들의 태도는 여전히 보수적이다. 2021년 기록했던 105억 달러(약 15조 1,200억 원)에 비하면 현재 투자 규모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2025년 현재까지 총 투자 건수는 236건으로, 작년의 419건에 비해 절반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자금 규모는 비슷해 '소수 대형 거래'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샌프란시스코 소재 HR 스타트업 리플링(Rippling)의 4억 5,000만 달러(약 6,500억 원) 규모 시리즈 G 투자다. 이 회사는 이번 투자에서 168억 달러(약 24조 1,9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으며, 2억 달러 상당의 자사주 매각 프로그램도 병행했다. 벤처캐피털 세쿼이아 캐피털, 파운더스 펀드, 와이콤비네이터 등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 있는 투자사들이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이어 유타주의 어워드코(Awardco)는 1억 6,5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B 투자 유치와 함께 유니콘 기업 대열에 합류했다. 이 회사는 직원 보상 및 인사관리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으며, 14년간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또한 아쉬비(Ashby)는 인공지능 방식으로 채용 업무를 통합 관리하는 플랫폼을 개발해 5,000만 달러 규모 시리즈 D 투자를 확보했다. 해당 플랫폼은 오픈AI(OpenAI), 샵ify(Shopify), 스노우플레이크(Snowflake) 등 유수 고객사를 확보한 상태다.

리모트 및 하이브리드 근무 확산으로 인해 채용 및 인력 운영의 복잡성이 커지자, 이를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인사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은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이러한 변화의 핵심 엔진으로 부상하면서, HR 분야는 차세대 기업용 인프라의 일환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알케온 캐피탈(Alkeon Capital) 파트너 마크 맥러플린은 "CRM, ERP, 보안, 채용 등 각종 시스템이 AI를 중심으로 재구축되는 전환기의 한가운데 있다"고 말했다.

M&A 시장도 활기를 띠는 중이다. 글로벌 HR 소프트웨어 대기업 워크데이(Workday)는 최근 AI 기반 기업 지식툴을 개발 중인 스웨덴 스타트업 사나(Sana)를 11억 달러(약 1조 5,800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그에 앞서 워크데이는 아리조나주 스코츠데일 기반 AI 채용 솔루션 스타트업 패러독스(Paradox)도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밖에 인튜이트(Intuit)도 지난 4월 중소기업용 HR·복리후생 플랫폼 고코(Goco)를 인수하며 인사 소프트웨어 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올해 인사 테크 스타트업을 향한 벤처 투자가 이어지는 만큼, 향후 M&A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