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eam Software Group가 사이버 보안 스타트업 Securiti를 17억 2,500만 달러(약 2조 4,840억 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업용 데이터 보호와 AI 보안 시장에 새로운 판도가 열리고 있다. 이번 거래는 Veeam이 지금까지 단행한 인수 중 최대 규모이며, 기존의 데이터 백업 중심 역할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중심 보안 생태계로의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이번 인수를 통해 Veeam은 데이터 보호, 복구, 보안, 거버넌스, 개인정보 보호 등 핵심 기능을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묶는다. Securiti는 프라이버시 및 데이터 보안 기술 분야에서 선도 기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데이터 보안 태세 관리(DSPM) 기능을 중심으로 다양한 접근 제어 및 규제 준수 기능을 보유하고 있다. Securiti가 보유한 'Data Command Graph'는 기업의 모든 데이터 자산에 대한 실시간 통찰을 제공하는 지식 그래프 기술로, Veeam의 데이터 복구 기능과 결합될 경우 AI 환경에서의 보안 운영 능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Securiti는 북미 주요 항공사, 글로벌 은행, 통신사, 대형 유통업체 등 다수의 고객사를 확보하고 있으며, 시장 추정 매출은 최근 12개월 기준 3억~4억 달러 수준으로 분석된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볼 때 Veeam의 인수 가격은 매출의 약 5배에 달하는 셈이고, 이는 고성장 SaaS 기반 보안 기업에 흔히 적용되는 배수라는 평가다.
Veeam 측은 이번 인수를 단순한 기능 추가가 아닌, 회사를 재정의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Veeam CEO 아난드 에스와란(Anand Eswaran)은 “우리는 데이터 보호 기술을 바탕으로 성장해 왔지만, 이제는 AI 환경에서 데이터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보호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며 “데이터를 이해하고, 보안성을 높이고, 문제가 발생했을 때 빠르고 정밀하게 복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인수 이후에도 Securiti는 독립된 사업부로 운영되며, CEO 레한 잘릴(Rehan Jalil)은 Veeam 내에서 보안 및 AI 총괄 사장직을 맡는다. 그는 “AI 시대에 데이터 보안은 단순한 기능이 아닌 경쟁력 그 자체가 되고 있다”며 “데이터를 안전하게 지키면서 동시에 AI 모델이 믿고 쓸 수 있는 정보로 변환하는 기능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양사의 시너지는 Veeam이 IP 기반 데이터 보호 기업에서 AI 기반 보안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하는 데 결정적 기반이 된다. 한편, 이번 인수는 Veeam의 상장 준비라는 측면에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백업 중심 기업보다 AI 보안 기업이 시장에서 더 높은 가치를 평가받기 때문에, 이번 인수는 기업 가치와 투자자 관심을 동시에 끌어올리는 전략적 판단으로 분석된다.
경쟁 구도에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Veeam은 Dell 테크놀로지스, Veritas(코히시티 인수) 등 전통적 백업 기업들을 이미 추월하고 있으며, DSPM 강점을 앞세운 루브릭(Rubrik)과의 직접적인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단, 루브릭은 Veeam만큼의 복구 기능을 갖추지 못해 실시간 대응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있어, Veeam의 기술적 우위가 시장 확대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로 인해 기업 고객들은 단순한 데이터 백업을 넘어 AI 기반의 안전성과 민첩성을 확보하는 한편, 데이터 자산 전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Veeam의 도전은 단순한 기술 통합을 넘어 AI 시대 데이터 가치 극대화를 겨냥한 승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