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산업에서 브랜드 간 합병은 드문 일이 아니지만, 트럼프 미디어앤테크놀로지 그룹(Trump Media and Technology Group)과 핵융합 에너지 기업 TAE 테크놀로지스(TAE Technologies)의 합병 소식은 누구에게도 익숙지 않은 조합이다. 하지만 양사는 주식 교환 방식의 합병 계약을 체결했고, 거래 규모는 60억 달러(약 8조 6,400억 원)를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합병이 완료되면 트럼프 미디어와 TAE 테크놀로지스 양사의 주주들은 합병 후 기업의 주식을 절반씩 나눠 보유하게 된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뒤, 시장은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트럼프 미디어 주가는 한때 40% 급등했으나, 여전히 SPAC을 통한 나스닥 상장 당시 시가총액에는 미치지 못하고 현재 약 40억 달러(약 5조 7,600억 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번 합병이 시장에서 찬사를 받고 있음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고개를 갸웃하는 분위기다. 미디어 플랫폼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을 보유한 기업이 핵융합 기술 기업과 손잡는다는 것은 산업적으로 명쾌한 시너지를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의 데이터를 통해 TAE의 배경을 뜯어보면 이 회사가 결코 평범한 에너지 스타트업이 아님을 알 수 있다.
TAE는 1998년 설립된 미국 캘리포니아주 포트힐랜치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벤처 투자를 받은 핵융합 기업 중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지금까지 누적 유치한 자금은 약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에 이르며, 최근에는 구글(GOOGL), 셰브론 테크놀로지 벤처스, 뉴 엔터프라이즈 어소시에이츠 등 굵직한 투자자들로부터 1억 5,000만 달러(약 2,160억 원)를 유치하며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핵융합 분야는 최근 몇 년간 벤처 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지난 5년간 스타트업들이 유치한 자금 규모만 70억 달러(약 10조 8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이 최근 2년 동안 모인 것이며, 그 중심에는 TAE를 비롯해 커먼웰스 퓨전 시스템즈(Commonwealth Fusion Systems), 헬리온 에너지(Helion Energy), 퍼시픽 퓨전, 제너럴 퓨전 등 소수의 리더들이 있다.
가장 많은 자금을 끌어모은 커먼웰스 퓨전은 올해 8월에 8억 6,300만 달러(약 1조 2,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2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이 회사는 세계 최초로 상용 핵융합 에너지를 실현하는 데 가장 근접한 곳으로 알려졌다. 헬리온 에너지 역시 올해 초 라이트스피드와 소프트뱅크 등이 참여한 4억 2,500만 달러(약 6,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F 유치를 마무리하며 기술 상용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이 같은 투자 흐름은 TAE가 단순한 기술 실험기업이 아닌, 대형 자본들이 신뢰하고 있는 ‘에너지 유니콘’임을 방증한다. 대중의 시각에서 트럼프 미디어와 핵융합 기술 기업의 교집합은 쉽게 떠오르지 않지만, '트루스 소셜'의 모회사가 미래 에너지 시장의 한 축으로 진입하려는 의도만큼은 뚜렷해 보인다.
결국 이 이례적 합병은 단순한 브랜드 결합이 아닌, 기술과 영향력, 그리고 자본의 새로운 포지셔닝을 겨냥한 복합 전략으로 풀이할 수 있다. AI와 에너지, 플랫폼이 뒤섞이는 시대에서 언뜻 이상해 보이는 결합이 미래에 어떤 가치를 만들어 낼지 관심이 집중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