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딧,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소송… "챗봇 클로드, 수백억건 무단 데이터 사용"

| 김민준 기자

레딧(RDDT)이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을 상대로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소장은 앤트로픽이 자사의 챗봇 ‘클로드’ 개발 과정에서 레딧 사용자의 게시글을 사전 허가 없이 모델 훈련에 이용했다고 주장한다. 불법적으로 수집된 데이터가 수백억 건에 이르며, 이는 사용자 동의 없이 이뤄진 ‘상업적 착취’라는 게 레딧 측 입장이다.

이에 따라 레딧은 앤트로픽의 데이터 수집 활동이 자사의 이용자 약관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약관은 기업이 레딧 플랫폼 내 사용자 데이터를 수익 창출 목적으로 사용할 경우, 반드시 별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로 구글(GOOGL)과 오픈AI는 이미 정식 콘텐츠 사용 계약을 맺고 자사 모델 훈련에 이를 활용하고 있다. 반면 앤트로픽은 2024년 7월부터 레딧 측이 자사 크롤러를 차단했음에도 무단 접속을 10만 회 넘게 시도한 정황이 소송을 통해 드러났다.

이 소장의 파장은 바로 주가에도 반영됐다. 소송 소식이 전해진 이후 레딧 주가는 하루 만에 약 7% 급등했고, 올해 들어 누적 상승률은 28%에 달한다. 법적 대응에 나선 점이 시장의 신뢰를 얻은 것으로 해석된다.

레딧은 이번 소송을 통해 앤트로픽에 콘텐츠 사용에 따른 법적 손해배상금을 청구하는 한편, 클로드를 비롯해 레딧 데이터로부터 구축된 모든 기술을 폐기하라는 가처분 명령도 요구했다. 이는 단순한 재정적 보상에 그치지 않고, AI 모델 자체의 *실체적 제거*까지 목표로 두고 있다는 점에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반면 앤트로픽 측은 입장문을 통해 “레딧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법정에서 강력히 반박할 예정”이라며 조목조목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비슷한 사안에서 기술 기업들과 콘텐츠 플랫폼 간 갈등이 반복되는 흐름을 감안하면, 이번 재판은 생성형 AI 산업 전반의 법적 기준을 가늠할 중요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AI 훈련용 데이터 확보를 둘러싼 분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텍스트 기반 대형 언어 모델(LLM)이 상용화되면서, 뉴스·커뮤니티·리뷰 등 방대한 데이터의 ‘출처’와 합법적 사용 여부가 AI 생태계의 핵심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레딧과 앤트로픽의 법정 다툼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새로운 균형점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