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속도’ 애니스피어, 1년 새 2.8조 유치… 기업가치 14조 돌파

| 김민준 기자

AI 코딩 도구 개발사 애니스피어가 3번째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를 9조 원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눈에 띄는 점은 이 같은 조달이 단 1년 안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9일(현지시간) 애니스피어는 최신 펀딩 라운드를 통해 9억 달러(약 1조 2,960억 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99억 달러(약 14조 2,560억 원)로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스라이브 캐피탈, 안드리센 호로위츠, 액셀, DST 글로벌 등 실리콘밸리 거물급 벤처캐피털이 참여했다. 3년 차 스타트업으로서는 이례적인 라운드 규모다.

애니스피어는 AI 기반 코딩 도우미 ‘커서(Cursor)’를 개발한 기업으로, 최근 연간 반복 매출(ARR)이 5억 달러(약 7,200억 원)를 돌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불과 두 달 전 보도된 3억 달러 대비 66%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벤처 투자업계는 이번 실적을 바탕으로 애니스피어를 “역대급 성장속도를 보이는 스타트업”으로 지칭한다.

투자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애니스피어는 1억 500만 달러 규모의 시리즈 B 라운드를 진행했고, 4개월 전에는 시리즈 A로 6,000만 달러를 조달한 바 있다. 누적 투자금액은 이번 라운드를 포함해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넘어섰다.

애니스피어에 대한 관심은 인수합병 시장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오픈AI는 커서 인수를 시도했으나, 협상이 결렬되자 라이벌 개발사 ‘윈드서프(구 코드이엄)’를 약 30억 달러(약 4조 3,200억 원)에 인수했다. 이는 오픈AI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로 평가된다.

AI 코딩 툴은 개발 시간 단축과 효율성 향상이라는 명확한 수요 아래 대형 IT 기업과 벤처 투자자 모두에게 전략적으로 중요한 분야로 떠오르고 있다. 커서 외에도 다수의 AI 개발 도구가 기업용 시장을 중심으로 확산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크런치베이스에 따르면 2025년 1분기 글로벌 AI 관련 벤처 투자액은 596억 달러(약 85조 8,000억 원)로, 전체 투자유치액 중 53%를 차지했다. 단일 분기 중 AI에 대한 투자비중으로는 사상 최대다. AI가 개발, 모델 설계, 보안 등 다양한 산업영역 안에서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애니스피어의 거침없는 투자 유치는 단순히 한 스타트업의 성공사례를 넘어, 현재 벤처 시장이 AI 스타트업에 거는 기대와 집중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