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전쟁 본격화… 서버를 넘어 도시로 확장된다

| 김민준 기자

차세대 인공지능(AI) 시대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한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에 전 세계 기술 기업과 정부가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방대한 언어 모델과 스마트 에이전트를 지원하려면 폭발적인 연산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맞춤형 인프라가 필수인 만큼, 이제 AI 경쟁은 소프트웨어를 넘어 *하드웨어와 데이터센터 구조 자체*로 확장되고 있다.

대표적인 AI 인프라 기업인 세레브라스 시스템즈의 앤디 혹 제품전략 총괄 부사장은 최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열린 ‘로보틱스 & AI 인프라스트럭처 리더’ 행사에서 “토큰화된 AI 환경에서는 단순히 서버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아예 새로운 세대의 인프라를 다시 설계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AI 인프라를 *에이전트 중심 환경에 맞춘 시스템*으로 정의하며, 기존보다 훨씬 유연하고, 지역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변화는 투자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카우보이 벤처스의 아일린 리 대표는 “대규모 인프라 덕분에 이제 10명도 안 되는 개발팀이 수십억 원 매출을 낼 수 있는 시대”라며 “젊은 창업자들의 문화와 기술 역량이 대기업보다 빠르게 시장을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대학생 창업부터 ‘혼자 개발·운영하는 AI 스타트업’까지 다양화된 팀들이 빠르게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기업형 인프라 분야에서는 삼바노바 CEO 로드리고 리앙이 “앞으로의 AI는 훈련보다 *추론 중심*으로 발전하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성과 배치 편의성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밝혔다. 삼바노바는 기존 데이터센터에 바로 설치 가능한 랙 단위 공기냉각 시스템을 선보이며 서버 구축 시간과 전력 소모를 크게 줄인 바 있다.

데이터 아키텍처 측면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그래프 데이터베이스 기업 네오포제이의 CTO 필립 레이틀은 “기존 스토리지-컴퓨트 통합 아키텍처는 성능 확장에 한계가 있다”며, “클라우드 기반 객체 저장소와 특화 쿼리 엔진의 결합이 AI 개발과 운영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AI의 실시간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빠른 추론 속도와 유연한 데이터 흐름*, 그리고 보안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구조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변화는 개발자들의 역할에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오그먼트 코드의 공동창업자 가이 구르아리는 “이제 개발자의 역할은 에이전트가 만든 코드를 검수하고, 전략을 설계하며, 보안을 통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며 코딩 시대에서 *큐레이션(선별·조율)의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민간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AI 인프라에 대한 주도권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브로드컴과 셀레스티얼AI 등 주요 기술 기업의 사외 이사로 활동 중인 다이앤 브라이언트는 “공공부문 역시 고성능 컴퓨팅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AI형 주권 클라우드*와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스마트시티, 국방, 교통 등 에지 단에서 AI를 실시간 처리해야 하는 수요가 급증하면서, *지능형 국지 분산 처리 시스템*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블레이즈, 브로드컴, 시마 테크놀로지의 임원들은 “단순히 AI를 서버에서 처리하던 시대는 끝났고, 이제 거리의 가로등, 드론, 자율주행 센서가 실시간 데이터를 분석하고 반응하는 구조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데이터센터부터 개발자 구조, 투자 생태계, 공공 인프라까지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는 AI의 대중화를 위한 필수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 이상 AI 인프라는 일부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라, 디지털 경제의 기초 설비로 자리 잡고 있으며, 기술 주권과 경쟁력 확보의 핵심 축으로 부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