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벤처자금, AI로 쏠렸다…“성장해도 종착지는 미국” 되풀이되나

| 유서연 기자

유럽 벤처투자 시장에서 인공지능(AI) 비중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크런치베이스 데이터에 따르면 2026년 들어 현재까지 유럽에서 집행된 벤처자금의 약 절반이 ‘AI 관련 기업’으로 흘러들어갔다.

투자 대상은 대형 언어모델을 개발하는 ‘프런티어 모델’ 기업에만 그치지 않았다. 데이터센터, 반도체, 로보틱스, 항공우주, 방위산업, 바이오테크는 물론 법률, 고객지원, 핀테크 애플리케이션까지 폭넓게 포함됐다. AI 연산에 필수적인 에너지 분야도 올해 의미 있는 자금 유입을 기록했다.

스타트업 투자 회복세와 맞물린 AI 열풍

AI 투자 확대는 유럽 스타트업 시장 전반의 회복세와도 맞물린다. 최근 두 개 분기 동안 유럽의 스타트업 투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분의 1 늘었고,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모두 분기별 170억달러를 넘어섰다. 원화로는 각각 약 25조3249억원 규모다.

이는 단순히 특정 산업에 대한 ‘쏠림’이라기보다, AI가 유럽 벤처투자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초기 기업부터 인프라 기업까지 자금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생태계 전반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런던·파리 중심으로 떠오른 AI 인재 허브

유럽이 최근 존재감을 키우는 분야는 프런티어 랩이다. 2010년 런던에서 설립돼 2014년 구글에 인수된 딥마인드 출신 인력들은 런던에서 리커시브 슈퍼인텔리전스와 이네퍼블 인텔리전스라는 새 연구소를 세웠다. 메타 AI를 이끌었던 얀 르쿤은 파리에서 어드밴스드 머신 인텔리전스를 출범시켰다. 이들 3개 회사가 올해 조달한 자금만 총 26억달러, 약 3조8732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독일 기반 블랙포레스트랩스는 지난해 수억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고, 2023년 설립된 미스트랄은 지금까지 누적 40억달러, 약 5조9588억원을 끌어모았다. 유럽 초기 확산모델 기업으로 꼽히는 신세시아도 여전히 주요 플레이어다.

독일 하이델베르크의 알레프알파는 지난 4월 캐나다 코히어와 합병했다. 합병 법인 가치는 200억달러, 약 29조7940억원으로 평가됐다. 양사는 ‘주권형 AI’와 상업용 AI 배치를 앞세워 미국 모델 기업들에 맞서는 대서양권 경쟁 구도를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초기 스타트업 81%가 ‘AI 네이티브’

노션캐피털의 ‘유럽 100대 클라우드 챌린저 기업’ 보고서에 따르면, 주로 시리즈A 이전 단계의 초기 기업 가운데 81%가 ‘AI 네이티브’로 분류됐다. 1년 전 50%에서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올해 기업 수 기준으로는 개발 도구·인프라 분야가 12곳으로 가장 많았고, 산업재·로보틱스 분야가 11곳으로 뒤를 이었다. 노션캐피털의 라두 보즈가 파트너는 유럽의 강점으로 ‘초기부터 뛰어난 엔지니어를 확보할 수 있는 점’과 ‘정착률 높은 우수 인재 풀’을 꼽았다.

그는 유럽 창업자들의 전략도 달라졌다고 진단했다. 과거에는 시리즈B 전후 미국 진출을 고민했다면, 지금은 창업 첫날부터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특히 시리즈A 이전 조직 규모가 과거보다 훨씬 ‘날씬해졌다’는 점도 눈에 띄는 변화로 지목했다.

자금은 늘었지만 미국과 격차는 여전

다만 유럽의 반등에도 미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크다. 유럽의 벤처투자 증가세는 2024년 이후 미국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기반 대표 모델 기업인 오픈AI와 앤트로픽은 2023년 이후 총 2540억달러, 약 378조3840억원을 조달했다. 베이 지역이 팬데믹 이후 다시 창업과 확장의 중심지로 부상한 배경이다.

언코크캐피털의 앤디 맥러플린 매니징파트너는 현재 시장 흐름에 대해 영국, 프랑스, 독일, 북유럽에서 출발한 기업들이 성장 국면에서 실리콘밸리로 이동한다고 짚었다. 어디서든 훌륭한 기업을 만들 수는 있지만, 세대를 대표하는 대형 회사를 만들 확률은 베이 지역에서 더 높다는 주장이다.

영국에서 출발한 인큐베이터 앙트러프러너스 퍼스트도 2024년 미국으로 이전했다. 이 회사는 전 세계 유수 대학 출신 창업자를 발굴하지만, 자금을 댄 기업은 모두 미국 법인으로 설립하고 있다. 최고경영자 앨리스 벤팅크는 최근 펀드 조달 발표에서 베이 지역 프로그램이 단순히 자본 접근성의 문제가 아니라 창업자의 ‘야망의 기울기’ 자체를 바꾼다고 설명했다.

유럽 AI는 커졌지만, 종착지는 여전히 미국인가

글로벌 투자사 앤틀러의 파디 압델누르 제너럴파트너도 신흥 시장이나 유럽에서 시작한 기업들이 과거보다 훨씬 이른 시점에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를 매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는 점이 핵심이다. 제품 복제 속도가 과거 수년에서 이제는 한두 달 수준으로 짧아진 만큼, 미국 경쟁사가 본격적으로 커지기 전에 대형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판단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종합하면 유럽은 2026년 들어 AI 벤처투자와 인재 축적 면에서 분명한 반등 신호를 보이고 있다. 런던과 파리를 중심으로 프런티어 모델 기업이 늘고, 초기 스타트업의 ‘AI 네이티브’ 전환도 빨라졌다. 다만 초대형 자본과 글로벌 고객 접근성에서는 여전히 미국 우위가 뚜렷하다. 유럽 AI 생태계가 독자적인 허브로 자리 잡을지, 아니면 미국 진출 전 단계의 공급지 역할에 머물지는 앞으로 몇 분기 투자 흐름이 가를 전망이다.

TP AI 유의사항 TokenPost.ai 기반 언어 모델을 사용하여 기사를 요약했습니다. 본문의 주요 내용이 제외되거나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많이 본 기사

지금 꼭 알아야 할 리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