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인공지능 서비스 ‘제미나이’를 단순한 대화형 챗봇을 넘어 스마트폰과 웹브라우저, 자동차, 개인용컴퓨터 전반을 움직이는 핵심 운영 요소로 키우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경쟁이 이제 개별 서비스 경쟁을 넘어 운영체제와 기기 생태계 주도권 다툼으로 번지는 흐름을 보여주는 움직임이다.
미국 경제방송 씨앤비씨가 12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을 보면, 구글은 다음 주 개발자 콘퍼런스 ‘구글 아이/오’를 앞두고 인공지능 기반 앱 자동화, 모바일 크롬 새 버전, 창작자 도구, 안드로이드 오토 사용자경험 개편, 보안 기능 업데이트 등을 미리 공개했다. 이 기능들은 2026년 여름부터 최신 삼성 갤럭시폰과 구글 픽셀폰을 시작으로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시점상으로는 애플이 연례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제미나이 기술을 활용한 인공지능 체계 ‘애플 인텔리전스’를 선보이기 직전이어서, 구글이 자사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인공지능을 먼저 깊게 심어 모바일 인공지능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읽힌다.
원래 제미나이는 오픈에이아이의 챗지피티, 앤트로픽의 클로드와 경쟁하는 대화형 인공지능으로 알려졌지만, 구글의 구상은 그보다 훨씬 넓다. 사미르 사마트 구글 안드로이드 생태계 담당 사장은 씨앤비씨 인터뷰에서 안드로이드의 주요 기능을 제미나이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며, 기존 운영체제(OS)에서 지능체제(IS)로 넘어가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쉽게 말해 사용자가 일일이 앱을 열고 기능을 찾아 움직이는 방식에서, 인공지능이 화면 내용을 이해하고 여러 앱을 오가며 필요한 작업을 대신 처리하는 방식으로 바꾸겠다는 뜻이다. 이 경우 제미나이는 질문에 답하는 보조 수단을 넘어, 실제로 앱 실행 권한을 활용해 여러 단계를 한 번에 수행하는 ‘에이전트’ 역할까지 맡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민감한 쟁점은 보안과 통제 문제다. 인공지능이 사용자를 대신해 앱을 움직이고 작업을 실행하면 편의성은 커지지만, 오작동이나 정보 유출 우려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구글은 제미나이가 실제 작업을 수행하기 전에 반드시 사용자에게 추가 확인을 받도록 설계하고 있으며, 최종 판단 과정에는 사람이 계속 관여한다고 설명했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상황에서, 기술 경쟁력만큼이나 안전장치와 신뢰 확보가 사업 확대의 핵심 조건이 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구글의 처지는 한편으로는 더 복잡해졌다. 구글과 애플은 세계 모바일 운영체제 시장을 사실상 양분하고 있고, 점유율은 대략 7대 3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애플이 인공지능 시스템의 두뇌에 해당하는 자체 인공지능 모델 개발을 접고 제미나이 기술을 활용하기로 하면서, 구글은 경쟁사 생태계 안에서도 제미나이를 안착시켜야 하는 동시에 자사 기기에서 제미나이가 더 뛰어난 성능을 낸다는 점도 입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씨앤비씨가 이를 두고 ‘자기 자신과의 경쟁’이라고 표현한 이유다. 다만 시장에서는 구글이 검색, 유튜브,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처럼 인공지능을 실제 서비스에 녹여낼 수 있는 기반을 폭넓게 갖춘 회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런 기대를 반영하듯 구글 운영사 알파벳 주가는 최근 1년 사이 141% 올라 같은 기간 애플 상승률 40%를 크게 웃돌았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인공지능 경쟁의 승부처가 모델 성능 자체보다, 얼마나 많은 기기와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연결해 실사용으로 이어지게 하느냐로 옮겨갈 가능성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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