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환경보호청(EPA)이 AI 데이터센터와 관련 발전시설의 대기오염 허가 절차에서 주민 의견 수렴 의무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I 인프라 확대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전력, 오염, 지역 수용성을 둘러싼 갈등이 다시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조치가 데이터센터 건설 전 주민이 관련 정보를 접하거나 의견을 내는 통로를 좁힐 수 있다고 보도했다. 현재는 주정부가 대기오염 허가 신청을 공고하고 의견을 받는 절차가 연방 요건으로 남아 있다.
EPA는 7월 1일 발표문에서 ‘경미한 신규 오염원’의 신규시설심사(NSR) 허가와 관련해 주·지방 대기관리 기관이 주민 참여 방식과 범위를 정하도록 하는 규칙 개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적용 대상에 데이터센터, 이를 뒷받침하는 발전시설, 매립지, 세탁소, 제철소 등 일부 산업시설이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규칙이 바뀌면 공개 여부와 의견 수렴 기간은 주·지방 기관 재량에 더 크게 맡겨진다. 주정부가 허가 신청을 공고하지 않으면 주민들은 공사가 시작되기 전 관련 정보를 얻기 어려워질 수 있다.
신규시설심사는 대기오염을 유발할 수 있는 신규 시설이나 기존 시설 변경 전에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절차다. ‘경미한 오염원’은 대형 발전소처럼 주요 오염원으로 분류되지는 않지만, 허가상 배출 가능량과 지역별 누적 영향이 별도로 쟁점이 될 수 있다.
EPA는 허가 절차를 신속히 처리하고 행정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캐롤린 홀런(Carolyn Holran) EPA 대변인은 “지역 문제에 가장 정통한 주 및 지방 기관에 주민 참여 기회를 제공할지 여부, 시기 및 기간을 결정할 재량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홀런 대변인은 또 “이번 조치가 미국의 경제 발전과 에너지 패권을 뒷받침하기 위해 허가 절차를 책임감 있고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한 것”이라며 “오염물질 배출 기준을 변경하거나 환경 보호를 약화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EPA는 배출 기준 자체보다 허가 절차의 운영 권한을 조정하는 방안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단체와 일부 주정부는 반대하고 있다. 약 200개 시민단체와 12개 이상 주정부가 반대 의사를 밝혔고, 쟁점은 ‘경미한 오염원’이라는 분류에 모였다.
케리 파월(Keri Powell) 남부환경법센터 선임 변호사는 뉴욕타임스에 “불도저가 들이닥치기 전에 주민들이 의견을 제시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의견 수렴 절차가 사후 민원 창구가 아니라 사전 통제 장치라는 주장이다.
제시카 오도넬(Jessica O'Donnell) 환경법정책센터 선임 변호사는 ‘경미한 오염원’이라는 표현을 “잘못된 명칭”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개의 경미한 오염원이 누적되면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 측은 실제 배출과 허가상 배출 가능량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조쉬 와이스먼(Josh Weissman) 아마존 데이터센터 운영 책임자는 백업 발전기가 지역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4% 미만을 차지하며 상시 가동되는 장비가 아니라고 밝혔다.
와이스먼 책임자는 “허가받은 것과 실제로 배출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상발전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발전기가 실제로 가동되고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반박했다. 데이터센터의 비상 발전 설비가 허가상 배출량만큼 계속 오염물질을 내보내는 구조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번 논쟁은 한국 독자에게도 전력 인프라와 AI 투자 비용의 문제로 이어진다. AI 데이터센터와 비트코인(BTC) 채굴은 모두 대규모 전력 수요와 부지 인허가 문제를 안고 있고, 본지는 앞서 텍사스 데이터센터 접속 대기와 전력망 비용 논쟁을 보도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 유치와 주민 부담 통제가 동시에 정치 쟁점이 되고 있다. 본지는 앞서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비용과 주민 수용성 검증을 함께 통과해야 한다는 점을 짚었다.
리 젤딘 EPA 청장은 2025년 3월 “미국을 세계 AI의 중심지로 만들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EPA는 앞서 개발업체가 허가 승인을 받기 전에 데이터센터 건설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제안했고,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 가스발전소를 일부 오염물질 배출 제한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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