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스로픽(Anthropic)이 클로드(Claude)로 실험실 장비와 제조 장비를 조작하는 모델 하드웨어 스탠더드(Model Hardware Standard·MHS) 연구 프리뷰를 공개했다. AI 에이전트가 문서 작성과 코드 실행을 넘어 현미경, 액체 처리 장비, 로봇 팔 같은 물리 장비를 읽고 제어하는 단계로 이동한 것이다.
앤스로픽은 27일 발표문에서 MHS 연구 프리뷰를 과학 연구소와 첨단 제조 기업에 개방한다고 밝혔다. MHS는 AI 에이전트가 물리 장비를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돕는 공유 규격으로,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갖춘 장비에 적용할 수 있고 특정 모델에 묶이지 않도록 설계됐다.
핵심은 장비마다 다른 조작 방식을 공통 언어로 바꾸는 데 있다. MHS 드라이버는 ‘읽기’와 ‘쓰기’ 같은 기본 명령으로 장비 상태를 확인하고 값을 설정한다. 장비가 측정할 수 있는 항목, 조정 가능한 값, 안전 한계도 표준 형식으로 제공한다.
앤스로픽은 AI 에이전트가 이 정보를 바탕으로 장비를 찾고, 순서를 정하고, 실험 중 조건 변화에 따라 매개변수를 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시간 작업이나 빠른 장비 제어가 필요한 경우에는 여러 장비의 명령을 코드 파일로 묶어 실행하는 방식도 제시했다.
MHS는 앤스로픽이 앞서 소프트웨어·데이터 연결 표준으로 확장해 온 모델 콘텍스트 프로토콜(MCP) 기반 연결의 물리 장비 버전에 가깝다. MCP가 외부 도구와 데이터를 AI 애플리케이션에 연결했다면, MHS는 실험 장비와 제조 장비를 AI 에이전트가 다룰 수 있는 대상으로 넓힌다.
초기 사례는 실험 자동화에 집중됐다.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은 MHS로 액체 처리 장비, 플레이트 리더, 로봇 팔, 모니터링 카메라를 연결해 연속 희석 기반 용량-반응 실험을 기존보다 약 3배 빠르게 수행했다.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은 클로드 오퍼스 4.8 에이전트가 전체 프로토콜을 자율 실행하도록 드라이버와 오케스트레이션 계층을 만드는 데 약 8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일반적인 벤더 구축 방식은 여러 주가 걸린다는 설명도 붙었다.
해당 실험은 세 대의 컴퓨터에 나뉜 장비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한 컴퓨터는 로봇 팔을, 다른 컴퓨터는 윈도 액티브엑스·컴(Component Object Model) 기반 액체 처리 장비와 USB 카메라를, 세 번째 컴퓨터는 별도 API가 없는 플레이트 리더를 맡았다. MHS는 서로 다른 제어 방식을 하나의 상태와 절차 목록으로 묶었다.
퀘라 컴퓨팅(QuEra Computing)은 양자컴퓨터 내부 레이저 안정화 작업에 MHS를 적용했다. 퀘라는 중성 원자를 쓰는 양자컴퓨터 기업으로, 레이저의 정밀 주파수 상태인 ‘락’을 유지하는 작업이 장비 운용의 핵심이다.
퀘라는 AI 에이전트가 레이저 락을 사람 개입 없이 99.3% 복구하는 컨트롤러를 만들었다고 밝혔다. 완성된 스크립트는 700회 시험에서 695회 올바른 락을 복구했고, 기존 맞춤형 스크립트는 시도당 약 150초가 걸렸으며 성공률은 약 58%로 제시됐다.
제넨테크(Genentech)는 단백질 농도 측정 절차인 BCA 단백질 분석 자동화 개념검증에 MHS를 적용했다. 클로드는 액체 처리 장비, 로봇 팔, 플레이트 리더를 조율했다. 다만 실험 과정에서 거품이 생겼을 때 이를 소프트웨어 오류가 아니라 물리적 문제로 이해하도록 연구진의 안내가 필요했다.
워싱턴대 베이커·핑레이 연구실은 MHS로 6개 장비를 일주일 안에 연결했다. 연구진은 qPCR 실험 모니터링, 로봇 팔과 액체 처리 장비 간 충돌 없는 플레이트 전달, 원격 대시보드 구축 사례를 제시했다. 장비 제조사와 연구기관이 서로 다른 인터페이스를 쓰는 현실에서 표준 드라이버가 통합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이번 발표는 앤스로픽이 과학 연구자 대상 클로드 지원을 넓히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회사는 같은 관련 발표에서 전 세계 과학자 1만 명에게 클로드 좌석을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연구 현장의 모델 접근권과 실험 장비 제어 표준을 함께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상용화와 안전 검증은 남아 있다. MHS는 현재 제한적 연구 프리뷰 단계이며, 앤스로픽은 프리뷰 기간에 파트너들과 안전 평가와 모범 사례를 만든 뒤 표준을 오픈소스로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허깅페이스(Hugging Face)는 로봇 라이브러리 LeRobot에 MHS 지원을 추가하고 있고, 라즈베리파이(Raspberry Pi)는 카메라 MHS 드라이버 시험 뒤 제품군 연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 시장 참여자에게 이번 발표는 단기 가격 재료보다 AI 인프라 경쟁의 방향을 보여주는 신호에 가깝다. AI 에이전트가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호출하는 단계를 넘어 실험실과 제조 현장의 장비 제어까지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앤스로픽은 연구 프리뷰 대기자 신청을 받고 있으며, 오픈소스 공개 시 연구 프리뷰 결과를 안전 배포 지침에 포함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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