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가뭄과 전력망 부담을 이유로 제기된 AI 데이터센터 건설 중단 요구를 거부했다. 데이터센터를 국가 핵심 인프라로 볼 것인지, 지역 자원 부담을 키우는 민간 개발로 볼 것인지가 영국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녹색당(Green Party)은 28일 잉글랜드 신규 대형 데이터센터 승인에 사실상 유예 조치를 두고, 데이터센터를 일괄적으로 핵심 인프라로 분류하는 틀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잭 폴란스키(Zack Polanski) 녹색당 대표는 “데이터는 사람을 섬겨야지, 사람이 데이터에 종속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는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정부 대변인은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을 멈추면 투자와 일자리가 해외로 빠지고, 보건·국방 데이터 처리를 해외 컴퓨팅에 의존하게 된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정부는 핵심 국가 인프라 지정이 데이터센터에 물이나 전력 우선권을 자동으로 주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영국은 2024년 9월 데이터센터를 핵심 국가 인프라로 지정하면서 사이버 공격, 정전, 악천후 때 정부 차원의 보호와 복구 지원을 강화하는 조치라고 밝혔다.
논쟁의 출발점은 물이다. 10일 영국 정부 발표에 따르면 잉글랜드의 71.3%가 가뭄 상태였고 2700만명 이상이 물 사용 제한을 받고 있었다.
녹색당은 대형 데이터센터 1곳이 하루 약 150만 리터의 물을 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신규 시설은 높은 환경 기준과 지역사회 협의를 거쳐야 하며, 수자원 압박이 큰 지역에서 승인 속도를 먼저 따져야 한다는 취지다.
업계는 수치 해석이 다르다고 맞섰다. 테크UK(techUK)는 잉글랜드 데이터센터의 물 사용이 비가정용 물 사용의 약 0.2%라고 밝혔다.
테크UK는 환경청과 함께 조사한 상업용 데이터센터 73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시설이 냉각에 물을 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녹색당의 개별 대형 시설 기준과 테크UK의 산업 전체 기준은 단위가 달라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전력도 핵심 변수다. 영국 하원 도서관은 5월 27일 브리핑에서 데이터센터가 현재 영국 전력의 약 2.5%를 소비하고, 2030년까지 이 비중이 네 배로 늘 수 있다고 정리했다.
같은 브리핑은 2024년 이후 잉글랜드 계획 규정이 바뀌어 지방정부가 데이터센터 필요성을 고려해야 하며, 데이터센터가 국가중요인프라사업(NSIP) 절차에 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NSIP는 대형 에너지·교통·수자원 시설처럼 국가적 필요성이 큰 사업을 별도 절차로 심사하는 제도다.
정부는 데이터센터 확대를 AI 산업 전략의 기반으로 본다. 과학혁신기술부는 2025년 11월 ‘AI Growth Zones’ 문서에서 전력망 접근 개선과 계획 허가 지원으로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가속하겠다고 밝혔다.
이 문서는 전력 투입 지연을 최대 5년 줄이고, 500MW급 데이터센터의 연간 전기요금을 최대 8000만 파운드 절감할 수 있다고 적었다. 프로그램 전체로는 최대 1000억 파운드 투자와 1만명 이상 일자리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환경단체의 반발은 탄소 배출 문제로도 확장됐다. 폭스글러브(Foxglove)는 26일 분석에서 버킹엄셔와 베드퍼드셔의 신규 데이터센터 2곳이 자체 가스발전소를 붙일 경우 연간 탄소배출이 450만 톤을 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폭스글러브는 이 배출량이 엑손모빌(ExxonMobil)의 2023년 영국 내 배출량 390만 톤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프렌즈 오브 더 어스 스코틀랜드(Friends of the Earth Scotland)도 스코틀랜드에서만 20곳이 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가 검토 중이라며 유예 필요성을 제기했다.
이번 논쟁은 데이터센터 증설이 전력망과 지역 인허가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는 본지의 앞선 보도와도 맞닿아 있다. AI 연산, 클라우드, 거래 인프라, 보안 서비스가 같은 물리 인프라 위에 놓여 있어 물·전력·인허가 조건은 크립토 인프라 비용과 입지 선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영국 정부는 데이터센터 증설을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물·전력·인허가 조건은 더 촘촘히 따지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 정부와 녹색당, 업계의 공방은 신규 대형 데이터센터 승인 과정에서 지역 자원 부담을 어떻게 반영할지를 두고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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