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인공지능(AI) 과세 논의가 대형 AI 기업 지분과 데이터센터 전력·물 사용, 세제 인센티브 축소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일자리 대체 위험에 대응하려는 과세론과 혁신 둔화 우려를 내세운 반대론이 맞붙는 구도다.
브루스 톰슨(Bruce Thompson) 전 미국 재무부 입법담당 차관보는 9월 3일 리얼클리어마켓(RealClearMarkets) 칼럼에서 AI 과세론을 1930년대 ‘기계세’ 논쟁에 빗댔다. 그는 당시 트랙터와 노동절약형 기계에 세금을 매겨 일자리 감소를 막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기술 도입은 농업 생산성과 경제 성장으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톰슨의 글은 AI에 세금을 매기면 혁신과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논설 성격이 강하다. 다만 칼럼이 인용한 일부 수치는 공식 공개 자료와 차이가 있다. 스탠퍼드 디지털경제연구소는 7월 13일 공개 자료에서 ‘위 머스트 액트 나우(We Must Act Now)’ 성명에 노벨상 수상자 16명을 포함한 경제학자·AI 연구자 200명 이상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역사적 비교의 바탕이 된 기계세 논쟁 자체는 대공황기 미국에서 노동자 보호책으로 거론된 정책 흐름이다. 관련 학술 연구는 이 운동이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고 정리한다. 농업 기계화, 특히 트랙터 도입이 생산성과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렸다는 연구도 기술 규제 논쟁의 반대 논리로 인용된다.
정책 논의는 이미 구체적 법안과 백서로 나왔다. 버니 샌더스(Bernie Sanders) 미국 상원의원은 6월 18일 대형 AI 기업 주식의 50%를 한 차례 과세해 공적 소유 지분으로 넣는 ‘미국 AI 국부펀드 법안’을 발의했다. 샌더스는 발표문에서 이 구조가 대형 AI 기업의 50% 소유권을 공공에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이 법안은 AI가 창출하는 부의 일부를 공공 몫으로 돌리겠다는 구상이다. AI 기업의 성장 이익을 주주에게만 귀속시키지 않고 노동 전환과 사회 안전망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반대로 기업 지분을 세금으로 가져가는 방식이 사실상 국유화 논쟁을 부를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론 와이든(Ron Wyden)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 민주당 간사는 8월 6일 데이터센터 과세 백서를 공개했다. 백서는 데이터센터에 적용되는 기존 투자 인센티브를 줄이고 데이터센터 공공투자 소비세를 신설하는 방안을 담았다. 와이든은 데이터센터 확산으로 지역사회 부담과 노동자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세수 확보 필요성을 제기했다.
마크 워너(Mark Warner) 미국 상원의원이 발의한 S.5054 법안도 같은 흐름에 있다. 미국 정부 공개 문서상 이 법안은 ‘2026년 데이터센터 세금책임 및 공시법’으로, AI 데이터센터를 보너스 감가상각 대상에서 제외하고 전기·물 사용 관련 정보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보너스 감가상각은 기업이 설비 투자 비용을 세무상 빠르게 비용 처리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데이터센터는 부지, 서버, 냉각 장비, 전력 설비 등 초기 투자 규모가 큰 산업이어서 감가상각 혜택과 판매세·재산세 인센티브에 민감하다. 세제 혜택 축소는 데이터센터 건설 비용과 입지 판단에 직접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 독자에게 닿는 지점도 데이터센터 비용이다. 미국 AI 인프라 투자는 클라우드, 반도체, 전력망, 데이터센터 인허가와 연결돼 있다. 본지는 앞서 미국 36개 주가 데이터센터 개발에 세제 인센티브를 쓰고 있다는 논쟁을 보도했다.
이번 과세 논의는 그 반대편에서 인센티브 축소와 부담금 신설을 검토하는 흐름이다. AI 수요가 커질수록 데이터센터는 반도체 구매와 전력 장기계약, 냉각수 확보, 지역 인허가 문제를 함께 끌고 간다. 과세 논쟁은 단순한 세율 문제가 아니라 AI 인프라의 비용 배분 문제로 번지고 있다.
반대 논리도 강하다. 택스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은 8월 13일 자료에서 의회의 데이터센터 과세안이 세법 복잡성을 키우고 AI 투자를 해외로 밀어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카토연구소(Cato Institute)는 7월 21일 논평에서 기계에 세금을 매겨 노동자를 돕겠다는 접근은 경제를 거꾸로 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찬성론은 AI가 가져올 노동 전환 비용을 기업과 투자자가 일부 부담해야 한다는 데 초점을 둔다. 반대론은 과세가 투자 시점을 늦추고 미국 내 데이터센터 구축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본다. 같은 데이터센터를 두고 지역사회는 전기요금과 물 사용 부담을, 기업은 설비 투자와 세제 예측 가능성을 각각 문제 삼고 있다.
AI 과세 논쟁은 아직 단일한 제도로 모이지 않았다. 확인된 쟁점은 △대형 AI 기업 지분 과세 △데이터센터 소비세 △AI 데이터센터 보너스 감가상각 배제 △전력·물 사용 공시다. 주가나 디지털자산 시장에 미칠 직접 영향은 별도 시장 데이터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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