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0억 달러 중국 AI 투자, 비용 효율이 승부처

| 강이안 기자

중국 대형 기술기업들이 미국보다 훨씬 적은 자본으로 인공지능(AI) 컴퓨팅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투자 총액보다 전력, 토지, 냉각 비용을 포함한 달러당 연산력이 미중 AI 인프라 경쟁의 핵심 지표로 떠오르고 있다.

무디스 레이팅스는 보고서에서 중국 주요 기술기업의 AI 관련 자본지출이 2025년 650억 달러(약 86조9000억원)에서 2026년 1400억 달러(약 187조1520억원), 2027년 1650억 달러(약 220조6000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봤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6일 보도했다. 같은 기간 미국 6대 하이퍼스케일 사업자의 지출은 2026년 7850억 달러(약 1050조원)를 넘고 2027년 1조 달러(약 1340조원)에 가까워질 것으로 제시됐다.

투자 규모만 보면 미국의 우위가 뚜렷하다. 그러나 무디스는 실제 물리적 컴퓨팅 역량의 차이가 자본지출 격차만큼 벌어지지는 않는다고 분석했다. 중국 기업이 같은 돈으로 확보할 수 있는 데이터센터 부지와 전력, 냉각 인프라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설명이다.

하이퍼스케일 사업자는 대규모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을 뜻한다. AI 학습과 추론 수요가 늘면서 이들 기업의 투자 대상은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 전력망, 냉각 설비, 네트워크 장비로 넓어졌다. 자본지출은 단순히 서버 구매액이 아니라 AI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돌릴 수 있는 기반 비용에 가깝다.

중국의 비용 우위는 전력 구조에서 두드러진다. 베이징의 동수서산 정책은 동부 연안의 데이터 처리 수요를 내몽골, 간쑤성 등 서부와 내륙 자원 지역의 전력 기반으로 옮기는 구상이다. 지연시간에 덜 민감한 AI 학습 작업은 전력과 냉각 비용이 낮은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다.

BMI는 친환경 전력과 서늘한 기후를 갖춘 거점으로 AI 학습 작업을 옮기면 전력과 냉각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바이트댄스의 내몽골 울란차브 데이터센터 확대가 이런 흐름의 사례로 제시됐다. 데이터센터 입지 경쟁이 토지 확보 경쟁을 넘어 전력 단가와 냉각 효율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설비용량 지표도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데이터센터 설비용량 기준으로 2025년 말 미국의 설치 용량은 52기가와트(GW), 중국은 28GW로 제시됐다. 2030년에는 미국이 100GW, 중국이 67G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증가율만 놓고 보면 중국의 확장 속도가 더 빠르다. 중국의 데이터센터 설치 용량 연평균 증가율은 19%로, 미국의 14%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절대 용량에서는 2030년에도 미국 우위가 유지되는 구조다.

제약도 분명하다. AI 지출에서 서버와 가속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최첨단 엔비디아 칩 접근 제한은 중국 기업의 약점으로 꼽힌다. 중국산 프로세서와 소프트웨어 생태계는 개선되고 있지만 무디스는 엔비디아 기술과 생태계에는 여전히 뒤처진다고 봤다.

전력 효율도 남은 과제다. 세미애널리시스는 화웨이의 클라우드매트릭스 384가 엔비디아 GB200 NVL72보다 전력을 약 4.1배 더 쓰지만 컴퓨팅 성능은 거의 두 배에 달한다고 추산했다. 성능 격차를 좁히더라도 같은 연산을 처리하는 데 들어가는 전력 비용이 경쟁력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모델 경쟁력에서는 중국의 추격 흐름도 나타난다. 문샷 AI의 키미 K3, 지닷에이아이의 GLM-5.3, 알리바바그룹홀딩의 큐웬3.8은 주요 벤치마크에서 글로벌 상위 오픈웨이트 모델과 함께 비교됐다. 다만 모델 성능이 곧바로 클라우드 매출과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수익화 격차는 여전히 크다. 최근 분기 기준 클라우드 매출은 마이크로소프트 590억 달러(약 78조8830억원), 아마존 420억 달러(약 56조1708억원), 알파벳 250억 달러(약 33조4400억원)로 제시됐다. 알리바바는 70억 달러(약 9조4290억원), 바이두는 약 10억 달러(약 1조3470억원)에 그쳤다.

알리바바 클라우드는 6월 분기 매출이 45% 늘어 22개 분기 만에 가장 빠른 성장률을 기록했다. 중국 기업이 인프라 비용을 낮추고 설비를 빠르게 늘리더라도, 이를 안정적인 클라우드 매출로 전환하는 단계에서는 미국 대형 사업자와 격차가 남아 있는 셈이다.

국내 기업에도 같은 질문이 남는다. AI 인프라는 서버를 많이 들이는 경쟁이 아니라 전력 계약, 냉각 비용, 장비 조달, 수요 확보가 맞물린 비용 구조의 문제다. 본지는 앞서 국내 AI 컴퓨팅센터 논의에서도 연산 장비 총량만으로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무디스가 제시한 미중 비교는 한국의 AI 인프라 투자에서도 총액보다 실제 공급 가능한 연산력과 운영 비용을 함께 봐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앞서 본지는 대형 인프라 투자가 자금 규모보다 전력 계약과 현지 비용 구조에 좌우될 수 있다는 흐름을 전했다. 전력과 부지, 장비 조달 여건을 함께 확보하지 못하면 투자액만으로는 AI 컴퓨팅 경쟁력을 설명하기 어렵다.

본 기사는 시장 데이터 및 차트 분석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특정 종목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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