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AI 투자 성과가 기술업계 밖에서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폴로의 토르스텐 슬록(Torsten Slok) 파트너 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주요 기술기업을 제외한 기업의 매출·이익률과 생산성 지표를 근거로 들었다.
슬록은 10월 24일 아폴로에 공개한 분석에서 매그니피센트7을 제외한 S&P 493의 매출과 이익률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았고, 기술업계 밖에서 AI가 생산성 증가를 이끌었다는 신호도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는 슬록의 분석으로, 모든 AI 도입 기업의 성과를 집계한 결과는 아니다.
슬록은 10월 20일 아폴로에 공개한 분석에서 기업 고객의 토큰 지출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밝혔다. 토큰은 AI 모델이 입력과 출력을 처리할 때 쓰는 단위로, 사용량에 따라 관련 비용이 발생한다. 슬록은 고객이 가격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 사용량을 줄이거나 더 저렴한 대안을 택할 수 있다고 봤다.
슬록은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전력이나 시설 규모만큼 중요한 변수가 고객이 컴퓨팅 서비스에 실제로 지불할 가격이라고 썼다. 기업 고객이 AI를 활용해 매출을 늘리거나 이익률을 높이고 비용을 줄여야 높은 사용료를 계속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대형 클라우드 기업 5곳의 투자자본수익률도 투자액 증가에 비해 수익이 더디게 늘면서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지표는 투입한 자본이 얼마나 수익으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준다.
반면 AI 도입과 생산성 상승의 연관성을 보고한 연구도 있다. 유럽투자은행(EIB)은 2026년 1월 공개한 연구에서 유럽연합(EU)과 미국의 비금융 기업 1만2000곳 이상을 분석해 AI 도입이 노동생산성 4% 상승과 연관됐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효과가 인력 감축보다 자본 투자 확대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했다.
두 분석은 표본과 측정 대상이 다르다. 유럽투자은행 연구는 노동생산성을 살폈고, 슬록은 미국 대기업의 매출·이익률과 컴퓨팅 비용 지출을 근거로 투자 회수 여부를 따졌다. 생산성 상승만으로 데이터센터 투자의 수익성을 판단하기 어렵고, 미국 대기업의 재무 지표만으로 모든 기업의 생산성 효과를 부정할 수도 없다.
모델 서빙 지출의 99.5%, 네오클라우드 지출의 99%를 상위 10% 고객이 차지했다는 아폴로의 램프 데이터 분석을 본지가 전한 바 있다. AI를 이용하는 기업의 확산과 대규모 인프라 지출이 널리 퍼지는 속도는 다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슬록의 분석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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