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과 탈중앙 앱(DApp)은 상호 보완적인 존재지만,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아무래도 수익성과 사용자 경험 중심의 응용 프로그램에 더욱 주목하는 경향이 짙다. 그러나 블록체인이 없다면 DApp 역시 존재할 수 없는 만큼, 암호화폐 생태계의 장기적인 가치를 생각한다면 시장은 여전히 블록체인 인프라를 중시해야 한다.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종종 블록체인과 DApp을 이분법적으로 분리해 평가하곤 한다. 이는 기존 웹2의 기술 구조를 기준으로 가치를 정의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오류다. 조엘 모네그로는 'Fat Protocols' 이론에서 인터넷 시대의 얇은 프로토콜(TCP/IP, HTTP 등)과 두꺼운 애플리케이션(구글, 페이스북)을 비교하며, 블록체인 생태계에서는 반대로 프로토콜이 더 많은 가치를 흡수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이후 가치 포착이 실제로는 전체 시장 규모와 응용층의 성공에 달려 있다는 점을 보완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는 이기적인 수익 지표만 보면 DApp이 더 큰 비용 발생을 주도하고 있다. 2024년 기준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을 제외한 전체 시장 가치를 기준으로 블록체인은 70%를 점유하며 60억 달러(약 8조 7,600억 원)의 수수료를 벌어들였다. 반면 DApp은 30%의 점유율로도 33억 달러(약 4조 8,200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기록했다. 2025년 1분기 들어서는 DApp 수수료가 18억 달러로 블록체인의 14억 달러보다 높은 실적을 보였다.
이처럼 애플리케이션이 실제 사용자 사용률을 기반으로 높은 수익을 창출하며 주목받고 있지만, DApp은 본질적으로 블록체인이 없으면 작동할 수 없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사용자는 블록체인을 접속하려 액세스하지 않으며, 대신 게임, 투자, 소셜, 소비 등 DApp을 통해 간접적으로 블록체인에 접근한다. 결과적으로 블록체인은 철저히 백엔드인 동시에 신뢰의 근간이자 투명성과 불변성을 제공하는 핵심 구조로 기능하고 있다.
블록체인은 DApp이 생성하는 데이터를 책임 있게 처리하는 시간기록 시스템으로서, 모든 온체인 활동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반이다. 즉, 수익성과 채택률로 블록체인의 가치를 판단하는 것은 의미 없는 접근이다. 이 역할은 게임이나 디파이 같은 프론트엔드 앱의 영역이며, 블록체인은 이들이 존재할 수 있도록 돕는 기초 구성요소다.
최근 등장한 모듈형 앱체인도 이러한 역할 분담을 강화하는 사례다. 리소스를 많이 소모하는 앱이 네트워크의 효율을 저하시킬 때, 개별 블록체인 역할을 하는 앱체인은 병목현상을 해소하며 독립성과 성능을 확보한다. 각 앱체인은 자체 계산 능력과 저장 능력, 네트워크 자원을 갖춰 다른 앱과의 경쟁 없이 효율을 높인다.
이러한 구조는 DApp이 혼자서 생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블록체인은 단순한 트랜잭션 기록 수단이 아니라 산업 전체를 지탱하는 필수 인프라이며, 시장은 이를 인식하고 있다. '가치'란 반드시 수익이나 성장률이 아니라, 해당 기술이 산업에서 갖는 구조적 중요성을 포함한다. 따라서 수수료 규모나 채택률에 관계없이, 암호화폐 산업에서 블록체인의 근본적 가치는 앱보다 훨씬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