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예측시장 스타트업 칼시, 2조 8,800억 원 기업가치 달성…블록체인 판돈 커진다

| 김민준 기자

블록체인 기반 예측 시장 스타트업 칼시(Kalshi)가 총 1억 8,500만 달러(약 2664억 원)의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가치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를 인정받았다. 이번 시리즈 투자 라운드는 암호화폐 전문 벤처캐피털 파라다임(Paradigm)이 주도했으며, 세쿼이아 캐피털과 멀티코인 캐피털, 시타델 증권 CEO 펭 자오도 참여했다. 예측 시장이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급부상한 가운데, 또 다른 선두 주자인 폴리마켓(Polymarket)도 파운더스 펀드가 이끄는 2억 달러(약 2,88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앞두고 있어 두 경쟁사의 각축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칼시와 폴리마켓은 모두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정치, 스포츠, 국제정세와 같은 실제 사건에 돈을 걸 수 있는 ‘이벤트 계약’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예를 들어, 폴리마켓은 이스라엘-하마스 휴전 여부나 NBA 드래프트 결과에 베팅할 수 있는 시장을 운영 중이다. 이런 플랫폼들은 일반적으로 군중의 판단을 집계하는 방식으로 기존 여론조사보다 정밀한 예측 결과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세대 정보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반대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예측 시장이 도박과 다를 바 없다는 주장과 함께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움직임도 있다. 실제로 칼시는 지난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와의 법적 다툼 끝에 대통령 선거 관련 베팅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하며 일부 규제를 통과했지만, 스포츠 예측 시장을 두고는 네바다와 뉴저지 등 주 단위 기관들과 규제권한을 놓고 마찰을 빚고 있다. 칼시는 연방 정식 인가를 받은 만큼 모든 주에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칼시의 최고경영자 타레크 만수르(Tarek Mansour)는 투자금을 활용해 기술 인력을 충원하고, 플랫폼을 로빈후드와 위불 같은 브로커리지를 포함해 더 많은 금융 서비스 업체들과 연동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칼시 거래량의 약 80%는 스포츠 관련 이벤트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향후 수십 개의 새로운 통합이 예정돼 있다.

한편 폴리마켓은 미국 내 거래 제한 위반 혐의로 FBI 조사와 제재를 받았지만, 최근에는 CFTC와의 협상을 통해 합법적인 미국 내 운영 허가를 추진하고 있으며, 영국, 벨기에, 캐나다 온타리오 등 여러 국가에서는 현재 접속이 제한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소셜미디어 기업 엑스(X Corp.)가 폴리마켓을 공식 예측 시장 파트너로 선정하며 주목을 끌었는데, 이는 폴리마켓이 고위험 시장에서 벗어나 제도권 편입에 성공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두 업체 모두 기술적으로 뛰어난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특히 블록체인을 상업적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한다. 앞으로 이들 기업이 예측 시장의 규제 틀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경쟁력을 유지해 나갈지에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