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금융당국이 ‘홍콩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 첫 발행자를 확정하며 디지털 금융 주도권 경쟁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홍콩 금융관리국(HKMA)은 4월 10일, 스테이블코인 발행 라이선스를 HSBC와 앵커포인트 파이낸셜에 처음으로 부여했다. 앵커포인트는 스탠다드차타드가 주도하고 애니모카 브랜즈, 홍콩 텔레커뮤니케이션이 참여한 합작사다.
이번 승인은 2025년 8월 시행된 ‘스테이블코인 법안’ 이후 첫 사례다. 총 36개 신청자 가운데 단 2곳만 선정되며 규제 당국의 보수적인 접근이 드러났다. 두 기업은 모두 홍콩달러(HKD)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가능하다.
특히 HSBC와 스탠다드차타드는 1846년부터 홍콩달러 지폐 발행 권한을 가진 주요 은행으로, 전통 금융과 디지털 자산을 연결하는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
홍콩 금융관리국 부총재 대릴 찬(Darryl Chan)은 “두 기관은 전통 금융과 리스크 관리 경험을 갖춘 만큼 디지털 금융 전환에 적합하다”고 평가했다.
홍콩의 규제 프레임워크는 높은 수준의 안전장치를 요구한다.
스테이블코인은 반드시 현금, 은행 예금, 단기 국채 등 고유동성 자산으로 ‘100% 담보’되어야 한다. 발행사는 최소 2500만 홍콩달러(약 370억 원)의 납입 자본을 유지하고, 12개월 운영비에 해당하는 유동 자본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이용자는 1영업일 내 액면가로 상환받을 수 있어야 하며, 스테이블코인 보유에 대한 이자 지급은 금지된다. 변동성을 기반으로 하는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라이선스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무장관 폴 찬(Paul Chan)은 앞서 2월 예산 연설에서 “리스크 관리, 준비금의 질, 자금세탁방지 체계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힌 바 있다.
HSBC는 2026년 하반기 자사 결제 앱 ‘페이미(PayMe)’와 모바일 뱅킹을 통해 일반 고객에게 홍콩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제공할 계획이다. 앵커포인트는 기업 파트너 중심으로 유통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규모는 약 3110억 달러(약 461조 원)로, 대부분이 달러 기반 토큰에 집중돼 있다. 홍콩은 규제를 갖춘 은행 발행형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지역 무역 결제’ 시장에서 틈새를 공략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조치는 중국 본토의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중국은 홍콩을 거점으로 위안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실험을 검토 중이며,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 등 국영기업도 국경 간 결제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홍콩이 선택한 ‘규제 기반 스테이블코인’ 모델이 달러 중심 시장에 균열을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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