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V)가 자체 블록체인 인프라 운영에 나서며 결제 네트워크 확장의 새 국면을 열었다. 단순 협업을 넘어 ‘검증자 노드’ 역할까지 맡으면서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 생태계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간) 비자는 스트라이프(Stripe)가 지원하는 템포(Tempo) 블록체인에서 ‘앵커 검증자(anchor validator)’ 노드 운영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비자가 직접 블록체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하는 첫 사례다. 회사는 약 6개월 동안 템포 개발팀과 협업해 자사 결제 인프라를 블록체인에 통합했으며, 노드 역시 내부 시스템으로 직접 관리하고 있다.
비자는 이번 통합을 시작으로 다른 블록체인에서도 노드 운영을 확대할 계획이다. 앞서 칸톤 네트워크(Canton Network)에서도 ‘슈퍼 검증자’로 참여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비자 크립토 사업 책임자 카이 셰필드(Cuy Sheffield)는 “지난 7년간 스테이블코인에 집중해왔다면, 이제는 AI 기반 ‘머신 간 결제’ 같은 새로운 흐름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템포 블록체인은 AI 에이전트와 소프트웨어가 스스로 결제를 수행할 수 있는 ‘머신 결제 프로토콜(MPP)’을 지난달 출시했다. 비자는 이 생태계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셰필드는 “비자는 MPP 카드 표준을 추가했고, AI 에이전트가 비자 카드를 활용해 결제할 수 있는 지갑 ‘Visa CLI’도 공개했다”며 “이미 템포 생태계 깊숙이 관여했고, 이제는 인프라까지 운영하는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스트라이프와 비자가 구축 중인 블록체인 기반 결제 시스템이 얼마나 ‘탈중앙화’됐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온다. 이에 대해 셰필드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탈중앙화는 스펙트럼과 같다”며 “모든 경우에 탈중앙화 자체가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속도, 효율성, 프로그래밍 가능성 등 기존 결제 인프라보다 얼마나 뛰어난가”라고 덧붙였다.
이는 크립토 산업이 기술 이상론에서 실제 상용화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결제 기업들의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입도 빨라지고 있다. 스트라이프는 2024년 스테이블코인 기업 브리지(Bridge)를 약 11억 달러(약 1조6,184억 원)에 인수했으며, 마스터카드($MA) 역시 올해 초 BVNK를 18억 달러(약 2조6,483억 원)에 사들였다.
다만 비자의 자체 스테이블코인 발행 계획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셰필드는 “관련 규정이 아직 명확하지 않은 초기 단계”라며 “모든 사업은 고객과 네트워크 파트너와의 협력을 기반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자의 이번 행보는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결제 산업이 블록체인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의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향후 ‘AI 기반 자동 결제’와 스테이블코인이 결합될 경우, 기존 카드 네트워크의 역할 역시 빠르게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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