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프다오 해킹 사태가 탈중앙화금융(DeFi)의 취약성을 다시 드러냈다. 약 2억9200만 달러(약 4,300억 원) 규모의 이번 공격은 기관 자금 유입이 본격화되던 시점과 맞물리며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사건은 월가 자금이 온체인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되던 흐름 속에서 발생했다.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APO)는 모포(Morpho)와 협력해 대출 시장에 참여하고 거버넌스 토큰 확보 옵션까지 확보했으며, 블랙록(BK)은 토큰화 머니마켓 펀드를 유니스왑에 상장시키며 존재감을 키웠다. 이런 상황에서 발생한 해킹은 DeFi의 구조적 취약점을 다시 부각시켰다.
업계는 이번 사태를 구조적 위기라기보다 성장 과정에서의 ‘점검 신호’로 본다. 자산운용사 야누스 헨더슨의 닉 처니는 “DeFi는 자본 효율성을 혁신하는 단계에 있으며, 초기 개척에는 항상 위험이 따른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건이 시장의 속도를 늦출 수는 있어도 흐름 자체를 멈추지는 못한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반복되는 사고가 시스템 개선을 촉진하며, 장기적으로 더 강한 인프라를 만든다는 분석이다.
특히 토큰화 실물자산(RWA)이 점차 DeFi 시장의 기반으로 자리 잡으면서 전통 금융이 쌓아온 법적 안정성과 리스크 관리 체계가 접목되는 흐름도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보안 전문가들은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운틀렛의 폴 비젠더는 “온체인 금융은 본질적으로 공격자가 많은 환경이며, 시스템은 가장 약한 고리에 의해 무너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제로 트러스트’ 구조 도입이 핵심 대안으로 떠오른다. 이는 시스템 내 어떤 요소도 기본적으로 신뢰하지 않는 방식으로, 지속적 모니터링과 다중 방어 체계를 요구한다.
Re7 캐피털의 에브게니 고크버그 역시 기존 ‘모범 사례’를 넘어 ‘필수 기준’으로 격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거버넌스 타임락, 강화된 멀티시그 구조, 담보 기준 상향, 그리고 취약점이 잦은 브리지 보안 강화가 포함된다.
센트리퓨지 랩스의 CEO 바지 일루미나티는 DeFi가 ‘압축된 금융 진화’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통 금융이 수십 년에 걸쳐 구축한 보호 장치를 DeFi는 훨씬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투자 대상의 명확성이다. 담보 구조와 법적 권리가 명확히 검증돼야 한다.
또한 스마트컨트랙트와 오라클, 거버넌스 구조가 예측 가능하고 감사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돼야 하며, 시장 충격 상황에서도 유지되는 ‘유동성’ 역시 핵심 요소로 꼽힌다.
그는 “개방성과 보안은 양립할 수 있으며, 신뢰는 검증 가능한 형태로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켈프다오 사태는 DeFi가 넘어야 할 과제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다만 업계는 이를 ‘위기’가 아닌 ‘진화의 과정’으로 해석하고 있다. 기관 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위해선 결국 보안이 최우선 가치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점이 더욱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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