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리스크가 전 세계 경제의 ‘20% 자산’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 가운데, 이를 관리할 해법으로 블록체인 기반 ‘날씨 파생상품’이 주목받고 있다.
캐나다 총리 마크 카니(Mark Carney)는 저서에서 1980년대 이후 기상 관련 재난이 3배 늘었고, 물가를 반영한 손실 규모는 5배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전 세계 GDP의 약 20%에 해당하는 자산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기후·날씨 재해로 인한 글로벌 경제 손실은 2조 달러(약 2,933조 원)에 달한다. 문제는 이처럼 거대한 리스크에도 이를 헤지할 수 있는 금융 시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날씨 파생상품은 특정 온도, 강수량 등 기후 조건이 일정 기준을 넘으면 수익이 발생하는 금융상품이다. 예를 들어 겨울이 unusually 따뜻해지면 난방 수요가 줄어드는 에너지 기업, 폭풍으로 결항이 늘어나는 항공사, 우기 실패로 피해를 보는 농가 등이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시장은 극도로 파편화돼 있다. 계약 대부분이 개별 맞춤형(베스포크) 구조에 단기 상품이라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 전체 시장 규모는 약 250억 달러(약 36조 원) 수준으로, 금리·신용 파생상품과 비교하면 미미하다.
게다가 시장 참여도 제한적이다. 전체 계약의 약 40%는 에너지 기업, 25%는 농업 관련 기업이 차지한다. 정작 기후 리스크에 가장 취약한 소규모 농가나 신흥국 자영업자는 접근 자체가 어렵다. 가격 투명성 부족, 낮은 유동성, 높은 거래 상대방 리스크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같은 한계를 해결할 대안으로 ‘토큰화’가 제시된다. 블록체인과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면 날씨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동 정산이 가능하다.
예컨대 일정 강수량 이하로 떨어지면 자동으로 보험금이 지급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중개기관 없이도 작동하며, 분쟁·지연·상대방 리스크를 크게 줄인다.
특히 토큰화된 날씨 파생상품은 소액 단위로 쪼개 투자하거나 헤지할 수 있어 접근성이 개선된다. 기존 기관 중심 시장에서 벗어나 개인과 소규모 사업자도 참여할 수 있는 구조다. 거래 기록 또한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남아 가격 발견 기능도 강화된다.
다만 이러한 구조가 작동하려면 신뢰할 수 있는 기상 데이터가 필수다. 블록체인 외부 데이터를 안전하게 전달하는 ‘오라클’ 기술이 핵심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기상 빅데이터 기업 케이웨더(Kweather)와 플레어(Flare)는 최근 기온·강수량 데이터를 온체인으로 연결하기 위한 협력 의향서를 체결했다. 디파이(DeFi), 파라메트릭 보험, 기후 금융 상품 개발을 목표로 한다. 다만 아직 초기 단계로 실제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토큰화가 기후변화 자체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후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고 분산시키는 금융 시스템을 개선하는 데는 의미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기후 리스크가 구조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를 감당할 시장 역시 진화가 필요하다. 블록체인이 그 해법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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