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과세 가능 암호화폐 활동 규모가 세계 주요국 가운데 상위권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체이널리시스가 8월 31일 공개한 '크립토 택스 리포트'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온체인 과세 가능 암호화폐 활동은 4570억 달러 이상으로 집계됐다. 한국은 총 109억 달러로 분석 대상국 중 11위를 기록했다.
보고서는 과세 가능 온체인 활동을 이익과 소득과 결제로 구분했다. 이익은 중앙화거래소와 탈중앙화거래소에서 발생한 실현 이익을 포함한다. 소득은 채굴과 스테이킹과 대출과 도박에서 나온 수익이다. 결제는 상점 서비스와 개인 간 결제 성격의 흐름을 포함한다.
지역별로는 북미가 1346억 달러로 가장 컸다. 유럽연합은 1251억 달러로 뒤를 이었다. 동아시아는 547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가별 규모는 미국이 1126억 달러로 1위였다. 독일은 241억 달러였고 중국은 210억 달러였다. 영국은 194억 달러였으며 인도는 190억 달러로 집계됐다. 한국은 소득 20억 달러와 이익 32억 달러와 결제 56억 달러를 합쳐 109억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은 정부 적자 대비 과세 가능 암호화폐 활동 비중에서도 144%를 기록했다. 포르투갈은 201%로 가장 높았다. 스위스는 100%였다. 태국은 78%였고 그리스는 67%였다. 해당 비교에는 국제통화기금 자료가 활용됐다.
정부 수입 대비 비중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나이지리아는 과세 가능 암호화폐 활동이 44억 달러로 정부 수입 355억 달러의 12%에 해당했다. 태국은 125억 달러로 정부 수입의 11%를 차지했다.
다만 보고서는 이 수치가 실제 세수로 이어진다는 뜻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대부분 국가는 세율이 100%가 아니며 이론상 과세 가능한 소득을 모두 징수하지도 못한다. 암호화폐 세금은 특히 미납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스웨덴의 한 발표 자료는 암호화폐 활동을 신고하지 않은 사람이 90%를 넘는다고 추정했다. 미국에서는 2022년 암호화폐 관련 거래의 납부세액과 실제 납부액 차이가 연간 약 500억 달러에 달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는 해당 연도 전체 세금 격차의 약 8% 수준이다.
미국은 디지털 자산 판매 신고 양식인 1099-DA 도입으로 이 격차를 줄이기 시작했다. 의회 보고서는 이 제도가 10년간 280억 달러의 세수를 만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국내 신고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납세자가 조세 거주국 밖에서 거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CARF는 진전이지만 한계도 뚜렷
경제협력개발기구는 암호화폐 거래의 자진 신고 부족을 보완하기 위해 2022년 말 암호화폐 보고 프레임워크(CARF)를 발표했다. 이 체계는 전통 금융의 공통보고기준과 비슷하게 위험 탐지 도구로 설계됐다.
CARF는 중앙화거래소와 중개업자와 일부 지갑 제공자에게 고객 정보 수집과 거래 보고 의무를 부과한다. 수십 개국은 2027년부터 CARF에 따른 정보 교환을 시작하기로 했다. 이후 참여국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 세계 암호화폐 거래의 상당 부분은 중앙화거래소 내부 장부에서 오프체인으로 이뤄진다. 세무 당국 입장에서는 이 영역을 파악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플랫폼이 고객을 알고 있으며 주문장 안에서 발생한 수익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CARF는 일부 온체인 활동도 포착한다. 예를 들어 개인 지갑에서 중앙화거래소로 유입되거나 유출된 자금이 매도와 연결되면 보고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전체 온체인 과세 가능 활동에서 CARF가 포괄하는 사건은 14%에 그쳤다. 나머지 86%는 탈중앙화거래소 활동과 개인 간 이체와 온체인 소득 흐름과 결제로 프레임워크의 실질 범위 밖에 있다.
보고서는 CARF 자료를 받아도 세무 당국이 과세 소득 계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모두 알기는 어렵다고 봤다. 납세자가 한 플랫폼에서 암호화폐를 산 뒤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 사례가 흔하기 때문이다. 처분 전이나 취득 후 개인 지갑에 보관되는 경우도 많다.
CARF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탈중앙화거래소도 사실상 적용 범위 밖에 있다. 개인 간 이체와 셀프 커스터디 활동과 CARF 관할권과 보고 연결점이 없는 해외 플랫폼도 포착하기 어렵다. 채굴 보상과 스테이킹 수익과 대출 소득과 상당수 상품·서비스 결제도 직접 포착되지 않는다.
취득가액 공백도 남는다. 거래소가 처분을 보고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산 암호화폐의 취득 정보를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정확한 손익 계산이 어려워진다. CARF 자료도 개별 거래 단위가 아니라 집계 자료라는 한계가 있다.
보고서는 CARF를 수정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중앙화거래소처럼 암호화폐 거래가 많이 일어나는 플랫폼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정보 보고 개혁의 효과는 블록체인 데이터를 활용한 업무 흐름과 결합할 때 커진다고 봤다.
거래 이익은 시장 사이클에 민감
2025년 중앙화거래소와 탈중앙화거래소 관련 거래 이익은 1271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 세계 과세 가능 암호화폐 활동에서 개인 간 결제와 서비스형 결제 다음으로 큰 항목이다. 거래소 거래는 CARF와 유사한 보고 체계가 직접 겨냥한 영역이기도 하다.
최근 수년간 자료에서는 세 가지 흐름이 확인됐다. 중앙화거래소의 실현 이익은 시장 상황에 따라 크게 움직였다. 탈중앙화거래소 활동은 전 세계 과세 가능 흐름에서 의미 있는 비중으로 커졌다. 특정 국가별 거래 이익을 추정할 수 있다는 점도 나타났다. 중앙화거래소 밖 과세 가능 활동은 중앙화거래소로 들어오고 나가는 이체로 드러나는 과세 가능 활동보다 컸다.
중앙화거래소를 통한 실현 이익은 암호화폐 시장 전체 흐름을 따라 움직였다. 2021년에는 강한 상승장 속에 973억 달러의 이익이 발생했다. 2022년에는 주요 거래소 붕괴 여파로 시장이 흔들리며 381억 달러의 손실이 기록됐다. 2023년에는 44억 달러 이익으로 돌아섰다. 2024년에는 564억 달러 이익을 냈다. 2025년 실현 이익은 전년보다 약 13% 늘어난 637억 달러였다.
2026년은 8월 초 기준 부분 집계에서 165억 달러 손실 흐름을 보였다. 보고서는 해당 연도가 진행 중인 만큼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6년 들어 BTC 가격이 약 50% 하락하면서 실현 이익이 기계적으로 줄어든 점도 반영됐다.
중앙화거래소와 탈중앙화거래소로 이전된 암호화폐의 순이익은 지갑 클러스터 안 자산의 평균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계산됐다. 해당 거래소로 빠져나간 자금은 매도 행위로 간주했다. 중앙화거래소 내부에서 이용자가 체결한 거래는 블록체인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포함하지 않았다.
보고서는 개인 지갑에서 거래소로 보내는 이체가 대체로 매도를 목적으로 이뤄진다고 봤다. 이 때문에 연구 결과의 정확성을 크게 떨어뜨리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앙화거래소 내부 거래와 중앙화거래소 간 이체에서 발생한 이익과 손실을 제외하면 관측된 손익은 실제보다 낮게 잡힐 가능성이 있다.
블록체인 관점에서 비트코인은 수익이 난 해의 순실현 이익을 지속적으로 주도했다. 가격 흐름과 시가총액 영향으로 2021년과 2024년과 2025년 이익의 과반을 차지했다. 이더리움 네트워크는 상승장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했지만 하락장에서는 손실 비중도 크게 만들었다.
솔라나와 트론과 BNB 스마트 체인과 베이스 등 다른 체인은 이용자 활동과 온체인 거래량이 늘었지만 전체 수준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은 기여에 그쳤다.
세무 당국에는 이런 주기성이 중요할 수 있다. 일부 국가는 자산 처분 손실의 이월 공제를 제한한다. 자본손실을 공제할 수 있는 소득의 종류를 제한하거나 서로 다른 자산 간 손익 상계를 제한하기도 한다.
전체 흐름은 개인별 결과를 가릴 수 있다. 거시적으로 손실이 난 해에도 개별 납세자는 큰 이익을 실현할 수 있다. 특정 처분이 이익인지 손실인지는 시장 방향이 아니라 해당 자산의 취득가액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일부 자산은 해당 연도의 거시 추세와 반대로 움직일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하락장이 곧 세금 부담 감소를 뜻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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