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이 퍼졌다. 주식과 원화 강세 흐름은 급제동이 걸렸고, 국제유가와 금값은 급등세를 나타냈다.
미국발 관세 전쟁 우려에 더해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국내외 투자심리가 위축된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오후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긴급 상황점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시장은 장 초반까지 최근의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0.54포인트(0.36%) 오른 2,930.57에 출발했지만, 이스라엘 공습 소식이 전해진 직후 하락 전환돼 장중 2,900선이 무너졌다. 전날까지 7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8.24% 오른 데 따른 조정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기관이 5,164억원, 외국인이 399억원을 순매도 중이며, 개인은 5,533억원을 순매수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도 원화는 장 초반 강세로 출발했으나 방향을 틀었다. 달러/원 환율은 전일 대비 3.7원 내린 1,355.0원에 개장했지만 이후 1,360원대 후반까지 상승했다.
국제유가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해, 전장보다 10% 이상 뛰었다. 안전자산인 금 가격 역시 상승 중이다. 한국거래소 KRX 금시장에서 1kg짜리 금 현물은 g당 15만원대를 기록하며 전일보다 2% 넘게 올랐다.
반면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가상자산은 하락세를 보였다. 업비트 기준 비트코인은 1% 넘게 하락해 1억4천만원대에서 거래되고 있고, 이더리움은 5% 넘게 내려 340만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3일(현지시간) 새벽, 이란 내 핵시설과 군 관련 시설 등 수십 곳을 선제 타격했다고 밝혔다. 나탄즈의 핵물질 농축시설과 핵 과학자들이 공격 목표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고, 이란은 핵시설에 대한 공격을 ‘레드라인’으로 간주해왔다는 점에서 보복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스라엘은 공습 직후 전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민 대피령을 내리는 한편, 내각 비상회의를 소집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놓고 협상을 이어가던 중 교착 상태에 빠졌고, 이런 상황이 이란 공습이라는 파장을 불러온 것 같다"며 "그간 주식시장이 많이 오른 만큼 조정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이란 핵시설이 실제로 타격을 받았는지, 그리고 이란이 어떤 수위로 보복에 나설지 여부"라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미국의 관세 압박과 겹치면서 악재가 더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위재현 NH선물 이코노미스트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면전 가능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같은 극단적 시나리오까지 고려하면 달러 강세가 다시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