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거래소 또는 거래소 관계자들이 유틸리티 토큰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규정 초안에 대해 공개 의견 수렴에 나섰다. 이번 조치는 태국이 암호화폐 산업을 위한 규제 틀을 마련하려는 광범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SEC는 해당 규정이 적용될 경우, 토큰 발행자와 관련된 인물의 실명을 공개하도록 거래소에 요구할 계획이다. 이는 내부자 거래 감시 강화를 목표로 한 장치로, 암호화폐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불공정 거래 문제에 대한 사전 대응으로 평가된다.
태국은 최근 몇 개월 사이 디지털 자산 산업과 관련된 다양한 정책들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지난 5월 관광객이 암호화폐를 신용카드를 통해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으며, 몇 일 뒤에는 OKX와 Bybit 등 라이선스 없이 운영된다는 이유로 주요 거래소 서비스 차단 조치를 내렸다. 한 달 후 태국 정부는 합법적인 거래소를 통해 발생한 암호화폐 양도소득에 대해 5년간의 세금 면제를 발표하며 암호화폐 친화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2022년에는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 중 하나인 빗쿱(Bitkub)의 최고기술책임자(CTO)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특정 암호화폐를 사전 매수한 혐의로 SEC에 의해 고발된 바 있다. 이 사건은 규제 강화를 둘러싼 논의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암호화폐 산업 내 ‘내부자 거래’는 아직 규제의 사각지대에 있는 경우가 많다. 특정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토큰 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거래를 수행하는 행위는 전통 금융시장에서는 명백한 불법으로 간주된다. 미국에서는 해당 행위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처벌이 이뤄진 바 있다.
2021년 오픈씨(OpenSea) 직원인 네이트 챠스틴(Nate Chastain)은 NFT 홈페이지에 소개될 항목을 미리 알고 해당 토큰을 매수한 혐의로 기소돼, 2023년 유죄 판결과 함께 징역 3개월형을 선고받았다. 2022년에는 코인베이스(Coinbase) 직원 3명이 내부자 거래로 기소됐으며, 이 중 2명은 실제로 징역형을 받았다.
올해 3월에는 바이낸스 직원이 내부자 거래 혐의로 정직 조치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최근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된 밈코인 ‘오피셜 트럼프(Official Trump, TRUMP)’에서 고래 지갑의 이상 거래 정황이 포착돼 내부자 개입이 의심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태국 정부의 이번 규제안은 산업의 신뢰성을 높이고, 국제 규제 기준에 부합하는 질서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의 일환이다. 특히 반복적으로 문제가 된 내부자 거래에 대한 감시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는, 향후 글로벌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 태국이 규범의 모범 사례를 세우고자 하는 포석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