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플과 SEC 제재 완화 요청 기각…토레스 판사, 정치적 배경 의혹 불거져

| 손정환 기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Ripple)의 법적 공방이 또 한 번 예상을 뒤엎는 전개로 흘러가고 있다. 최근 리플과 SEC가 동시에 법원에 제기한 ‘제재 완화’ 요청이 판사에 의해 기각되면서,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가 개입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번 결정을 내린 아날리사 토레스(Analisa Torres) 판사의 배경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치적 갈등 가능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SEC와 리플은 지난 몇 년간의 대립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서로 일정 수준의 합의를 이룬 듯 제재 약화를 위한 공동 요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사실상 양측 모두 분쟁을 마무리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낸 신호였지만, 토레스 판사는 두 당사자가 자신의 과거 판결을 뒤집을 만한 설득력 있는 이유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단호히 선을 그었다.

법조계 인사인 프레드 리스폴리(Fred Rispoli)는 이번 판결에 당혹감을 드러냈다. 그는 토레스 판사가 이번 움직임을 수용해 SEC의 과거 무리한 행보를 지적하면서도 자연스럽게 사건을 종결시킬 것으로 봤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판사가 반대 결정을 내리면서, 리스폴리는 두 가지 가능성을 제기했다. 첫째, 재판이 4년 넘게 지연되고 갈등이 반복된 것에 대한 *판사의 피로감*이 원인일 수 있다는 점. 둘째이자 더 민감한 해석으로는, 정치적 요인이 개입되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내 일부 판사들이 행정부와 긴장 상태에 있을 때 비공식적인 방식으로 저항 의사를 표출하기도 하는데, 최근 토레스 판사의 움직임이 이를 반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높아지는 현 시점에서, 법원이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는 듯 보이면서도 실제로는 미묘한 압박을 가하는 형태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결정으로 리플과 SEC 양측 모두 입장이 난처해졌다. 토레스 판사는 이번 기각 결정에서 리플의 ‘무모한 행동’을 지적하며, SEC가 처음 제안한 약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의 벌금이 타당함을 재확인했다. 중재 가능성에 기대를 걸던 XRP 커뮤니티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로 조기 합의 가능성이 한층 더 멀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시점에서 남은 주요 일정은 오는 8월 진행될 예정인 ‘항소 관련 진행 현황 보고’다. 그때까지 리플과 SEC는 다시 한번 조정을 시도할 여지가 있지만, 이번 판결은 양측 모두에게 신중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 정치가 법과 맞물려 돌아가는 미묘한 상황 속에서, XRP 관련 소송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