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을 ‘기업 재무자산’으로 편입해 주가와 자금조달을 동시에 키우려던 이른바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이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200곳이 넘는 기업이 약 1,000억달러(약 144조7,000억원)를 비트코인에 쏟아부으며 ‘확실한 한 방’처럼 보였던 모델이었지만, 비트코인 상승세가 멈추자 레버리지 구조가 역회전하기 시작했다.
당시 기업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동안 보유 물량의 평가이익을 발판으로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추가 매수로 선순환을 노렸다. 저금리 부채를 끌어다 매입 규모를 키운 사례도 적지 않았다. 스트레티지(Strategy)의 마이클 세일러(Michael Saylor)가 한때 이를 ‘무한 돈 버그(infinite money glitch)’라고 부르며 자신감을 드러냈던 배경이다.
하지만 상황은 반전됐다. 전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이자 개발자 앱 이지에이(EasyA) 공동창업자 돔 쿽(Dom Kwok)은 “비트코인 및 알트코인 트레저리 기업 주식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부진해지면서, 비트코인 트레저리 시장이 ‘되감기’ 국면에 들어갔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최근 한 기업은 자기주식 매입과 주가 방어를 위해 7,500BTC(약 5억3,000만달러·약 7,668억원) 매각을 승인했고, 또 다른 기업은 주주로부터 이사회 전원 사퇴 요구를 받는 등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 전반의 분위기도 암울하다. 비트코인 가격이 2025년 10월 고점 대비 약 50% 하락하면서 다수 기업이 ‘미실현 손실’ 수십억달러를 떠안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관련 공기업(상장사) 193곳 중 지난 1주일 동안 추가 매수에 나선 곳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는 집계도 나온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데이터 사이트 비트코인트레저리스닷넷(BitcoinTreasuries.net)에 따르면, 이들 기업이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는 약 720억달러(약 104조1,840억원)로 정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트레저리 모델은 애초부터 ‘상승장’에 최적화된 구조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트코인 애널리스트 제임스 체크(James Check)는 “예상된 결과에 가깝다”며 “이 과정은 계속될 것이고, ‘산불(forest fire)’이 불량한 아이디어와 그리프트(grift)를 상당 부분 태워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비트코인(BTC) 가격이 횡보하거나 하락하는 구간에서는, 주식 프리미엄과 레버리지로 굴러가던 기계가 쉽게 고장 난다는 뜻이다.
핵심은 투자자 선택지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개인이 직접 코인을 보관·거래하는 과정이 번거롭고, 규제·회계 이슈가 복잡해 “주식으로 비트코인 노출을 얻자”는 수요가 존재했다. 하지만 쿽은 “대부분 투자자가 이제는 기초자산(토큰)을 직접 매수할 만큼 충분히 ‘숙련’됐다”며 “그저 매수·보유만 하는 트레저리 기업은 예전만큼 매력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직접 매수가 부담스럽다면 현물 비트코인 ETF가 대안이 됐다. 디파이라마(DefiLlama) 기준으로 현물 비트코인 ETF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는 약 1,070억달러(약 154조8,290억원)에 달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굳이 기업의 주식 구조, 자금조달, 경영진 리스크까지 떠안으면서 비트코인 익스포저를 살 이유가 줄어든 셈이다.
여기에 트레저리 기업 주가가 보유 비트코인 가치보다 얼마나 비싸거나 싼지를 보여주는 지표인 mNav(시가총액/순자산가치)가 한때 ‘나침반’ 역할을 했는데, 상승장에서는 프리미엄이 확대되며 주가가 과열되는 반면 하락장에서는 할인으로 급격히 돌아서며 손실이 증폭되는 문제가 드러났다. 스트레티지(Strategy)는 한때 비트코인 보유가치 대비 최대 7배 프리미엄에서 거래되기도 했지만, 같은 논리가 하락기에는 고스란히 투자자 불신으로 바뀌었다. 체크는 “심리 문제라기보다, 원래 아이디어가 건전하지 않았다는 ‘자각’에 가깝다”고 했다.
비트코인 트레저리 모델의 금이 실제 ‘주주 행동주의’로 이어지는 사례도 나왔다. 엠퍼리 디지털(Empery Digital) 지분 9.8%를 보유한 타이스 P. 브라운(Tice P. Brown)은 월요일(현지시간) 라이언 레인(Ryan Lane) CEO와 이사회 전원의 즉각 사퇴를 공개 요구했다. 엠퍼리 디지털은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 가운데 24번째 규모로, 4,081BTC(약 2억7,500만달러·약 3,979억원)를 보유하고 있다.
브라운은 회사가 비트코인(BTC) 전량을 매각한 뒤 그 대금을 주주에게 환원하라고 요구했다. 갈등은 회사 측 제안에서 촉발됐다고 브라운은 주장한다. 엠퍼리 측이 그의 지분 100%를 mNav 대비 100% 프리미엄, 즉 당시 시장가보다 유의미하게 높은 가격에 되사주되, 그 대가로 문제 제기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이다.
현재 엠퍼리 주식은 mNav 0.59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치를 주식시장이 41% ‘할인’해 평가한다는 뜻이다. 예컨대 엠퍼리 주식을 통해 100달러어치 비트코인 익스포저를 보유해도, 시장에서 해당 주식을 팔면 59달러만 건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브라운은 회사가 자신에게는 “100달러어치 비트코인을 뒷받침하는 지분당 100달러를 주겠다”고 제시한 셈이라며, 공개시장 매도 대비 ‘거의 두 배’에 가까운 조건이었다고 주장했다.
엠퍼리 측은 브라운의 주장을 부인하며, 오히려 브라운이 대화를 시작했고 “처음부터 NAV 대비 상당한 프리미엄을 요구했다”고 반박했다. 회사는 브라운의 캠페인을 ‘자기이익 추구(self-serving)’로 규정하며 더는 그의 발언에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엠퍼리의 반박문에는 향후 비트코인 보유분을 매도해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 담겼고, 이는 “비트코인을 쌓아 올린다”는 트레저리 운동의 정체성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다른 사례는 GD 컬처(GD Culture)다. 인공지능과 라이브스트리밍을 영위하는 상장사인 이 기업은 7,500BTC(약 5억500만달러·약 7,308억원) 일부 또는 전부를 매각할 수 있도록 승인했으며, 이를 1억달러(약 1,447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 재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GD 컬처는 비트코인을 매수한 지 불과 5개월 만에 ‘보유 확대’가 아닌 ‘매각 가능성’으로 방향을 틀었다.
문제는 손실 규모다. 비트코인트레저리스닷넷은 GD 컬처가 비트코인 포지션에서 42% 수준의 미실현 손실, 금액으로는 약 2억800만달러(약 3,010억원)의 ‘장부상 손실’을 보고 있다고 추산했다. 현시점에서 매각이 현실화되면 손익계산서에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회사는 관련 질의에 즉각 답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환경에서 그나마 버티는 곳은 스트레티지(Strategy)다. 유럽 리서치 총괄인 안드레 드라고시(André Dragosch·비트와이즈)는 “금융 여건이 긴축적으로 변하는 국면에서는 자본이 가장 크고 안정적인 플레이어로 집중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며 최근 기업 매수 흐름이 사실상 스트레티지에 쏠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의 시선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스트레티지는 ‘전 세계에서 공매도 비중이 가장 높은 기업’으로 거론되며, 약세 투자자들이 시가총액의 14%에 해당하는 규모를 공매도 포지션으로 쌓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재하는 주식 100달러어치당 14달러어치가 빌려서 팔린 셈이라, 주가 하락 압력이 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주가도 지난해 473달러에서 현재 133달러로 크게 밀린 상태로 전해졌다.
비트코인(BTC)이 급반등하면 트레저리 섹터가 숨을 돌릴 여지는 있다. 그러나 회복에 대한 신뢰는 약해졌다. 스탠다드차타드는 향후 몇 달 안에 비트코인 가격이 30% 추가 하락해 5만달러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봤고, 2026년 말 가격 전망도 10만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2025년 10월 기록된 사상 최고가 12만6,000달러를 한참 밑도는 수준이다.
결국 비트코인 트레저리 모델은 ‘비트코인이 오를 때만’ 작동하는 구조였는지, 아니면 자본시장 안에서 지속 가능한 형태로 진화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올랐다. 가격 상승이 멈춘 순간, 프리미엄과 레버리지에 기대던 균열이 주주 반란과 보유자산 매각으로 이어지면서 시장은 이 실험의 비용을 다시 계산하기 시작했다.
💡 "‘비트코인 트레저리’의 역회전… 레버리지와 프리미엄 구조를 이해해야 살아남는다"
비트코인을 기업 재무자산으로 편입해 주가 프리미엄(mNav)과 자금조달을 동시에 키우던 ‘비트코인 트레저리’ 전략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상승장에서는 평가이익-증자-추가매수의 선순환처럼 보였지만, 가격이 멈추는 순간 레버리지와 프리미엄 구조가 ‘되감기’되며 주주 반란과 보유자산 매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이런 국면에서 중요한 건 “비트코인이 오를까?”가 아니라, 그 구조가 어떤 조건에서 작동하고, 어떤 지표에서 먼저 붕괴 신호가 뜨는지를 읽는 실력입니다. 주식으로 비트코인 익스포저를 사는 시대가 ETF와 직접 매수 확산으로 빠르게 바뀌는 지금, 투자자는 기업의 지배구조·조달 구조·프리미엄의 역전 리스크까지 함께 평가할 수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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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돈 버그’처럼 보이던 구조가 흔들릴 때, 필요한 건 확신이 아니라 검증입니다. 가격이 멈춘 순간 드러나는 프리미엄(mNav)·조달·레버리지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고, 다음 국면을 준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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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 ‘비트코인 트레저리(기업 재무자산으로 BTC 보유)’ 모델이 비트코인 상승 둔화/하락과 함께 레버리지·프리미엄 구조가 역회전하며 급격히 흔들림
- 투자자들이 이제 기업 주식 대신 토큰 직접 매수 또는 현물 비트코인 ETF로 손쉽게 익스포저를 확보하면서, 트레저리 기업의 매력(우회 노출)이 약화
- mNav(시총/NAV) 프리미엄이 상승장엔 과열을 만들었지만 하락장엔 할인으로 급전환해 주가·자금조달·추가매수 선순환이 붕괴
💡 전략 포인트
- 트레저리 기업 투자는 ‘비트코인 가격’뿐 아니라 ①자금조달(증자/전환사채/대출) 조건 ②mNav 프리미엄/디스카운트 ③지배구조·주주갈등 ④공매도 압력까지 함께 보는 복합 리스크 자산으로 접근 필요
- mNav가 1 미만(할인)일 때는 “BTC 대비 싸다”는 매력도 있지만, 동시에 시장이 경영·레버리지·희석(추가 발행) 가능성을 크게 경계한다는 신호일 수 있음
- 비트코인 반등 시 섹터가 숨을 돌릴 수 있으나, 약세장에선 ‘현금화(매각)→자사주 매입’ 같은 방어적 선택이 늘며 트레저리 정체성과 충돌 가능
- 개별 종목은 ‘규모가 큰 플레이어로 자본이 쏠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으나(예: Strategy), 공매도 비중·주가 변동성 확대를 감내해야 함
📘 용어정리
- 비트코인 트레저리: 기업이 현금성 자산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보유해 재무·주가·자금조달에 활용하는 전략
- 레버리지: 차입(대출/채권 등)으로 자산 매입 규모를 키워 수익·손실이 증폭되는 구조
- mNav(시가총액/순자산가치): 기업의 시총이 보유 자산가치(NAV) 대비 몇 배로 평가되는지 보여주는 지표(>1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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