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더스펀드가 이더리움(ETH) 중심 ‘퍼블릭 트레저리’ 모델을 내세운 상장사 ETH질라(ETHZilla) 지분을 완전히 정리했다. 2025년 한때 7.5%를 보유했던 것으로 공시됐던 만큼, 이번 ‘제로(0)’ 전환은 레버리지 기반 이더리움 트레저리 전략에 대한 시장의 경계심이 커졌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읽힌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 따르면, 페이팔과 팔란티어 공동창업자인 피터 틸(Peter Thiel)과 연계된 파운더스펀드 측 투자 주체들은 2025년 말 기준 ETH질라 보유 지분을 ‘0’으로 낮췄다. 앞서 2025년 중반 공시에서 7.5% 보유 사실이 드러났던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ETH질라 투자에서 전면 이탈한 셈이다.
다만 스케줄 13G는 ‘패시브(단순 투자)’ 목적의 보유 보고에 해당한다. 수정 공시에서 보유 주식이 0으로 기재됐다는 사실만으로, 매도 이유가 밸류에이션 판단인지 리스크 축소인지, 혹은 이더리움 트레저리 모델 자체에 대한 회의인지까지는 단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시장 시점은 의미심장하다. ETH질라가 부채 상환을 이유로 이더리움을 매각한 직후, 파운더스펀드의 지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ETH질라는 원래 바이오테크 기업 ‘180 라이프 사이언스’에서 출발했다. 2025년 7월 회사는 약 4억2500만 달러(약 6,221억 원)를 조달해 이더리움 트레저리 전략을 시작했고, 사명을 ETH질라로 바꾸며 ‘주식으로 이더리움 익스포저를 제공하는 상장 수단’을 자처했다. 이후 디파이(DeFi) 활용과 토큰화 자산 이니셔티브 등을 언급하며 이더리움 보유량을 늘리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공격성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불과 두 달 뒤 ETH질라는 전환사채(컨버터블) 형태로 추가 3억5000만 달러(약 5,124억 원) 조달을 추진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때 재무제표상 이더리움 보유량이 10만 ETH를 넘겼다는 관측까지 제기되며, 시장에서는 ETH질라 주가가 ‘레버리지형 이더리움 프록시(proxy)’로 거래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핵심 논리는 단순했다. 자금 조달→이더리움 매수·보유→스테이킹 또는 디파이 수익 추구→주주에게 레버리지된 상승 잠재력 제공이다. 그러나 시장이 꺾이자 이 모델은 곧바로 취약점을 드러냈다.
크립토 시장이 고점에서 후퇴하며 이더리움 가격이 약세를 보이자, ETH질라는 보유 물량을 줄이기 시작했다. 2025년 12월 ETH질라는 부채 상환을 위해 2만4291 ETH를 매각했다. 평균 매도가 1ETH당 약 3068달러(약 449만 원) 수준이었고, 총 확보 자금은 약 7450만 달러(약 1,090억 원)로 전해졌다. 거래 이후 ETH 보유량은 약 6만9800 ETH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이 시장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지점이다. 이더리움 트레저리 기업이 ‘이더리움을 팔지 않는 축적’이 아니라 ‘빚을 갚기 위한 매각’에 나섰다는 사실은, 레버리지와 변동성이 결합될 때 언제든 자산이 청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장기 축적을 전제로 한 전략이, 하락장에서는 재무구조 방어를 위한 ‘유동성 확보 경쟁’으로 급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더리움 트레저리 모델이 비트코인(BTC) 트레저리와 자주 비교되지만, 운영 난도는 확연히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첫째, 레버리지가 얹히면 변동성이 치명적으로 작동한다. 이더리움은 ‘프로그램 가능한 블록체인 플랫폼의 연료’라는 성격 탓에 네트워크 활동, 규제 인식, 경쟁 체인 상황 등에 따라 가격 기대가 더 크게 흔들릴 때가 적지 않다. 여기에 전환사채 등 부채성 조달이 결합되면, 주가 하락과 자산가치 하락이 동시에 발생할 때 ‘강제 매도’ 가능성이 높아진다.
둘째, 수익률 추구가 새로운 리스크를 만든다. 비트코인 트레저리는 대체로 ‘사서 보유’에 집중하는 반면, 이더리움 트레저리는 스테이킹 보상이나 디파이 수익을 병행하려는 유인이 크다. 하지만 이는 스마트컨트랙트 취약점, 유동성 락업, 검증자 다운타임 및 슬래싱(벌점), 거래 상대방·프로토콜 리스크 같은 운영 변수를 추가한다. 더 높은 기대 수익이 ‘숨은 복잡성’을 동반하는 구조다.
셋째, 서사가 복잡해 시장 가격화가 어렵다. 비트코인이 ‘디지털 금’이라는 단순한 가치저장 서사를 앞세우는 반면, 이더리움은 업그레이드, 가스비 구조, 디파이·NFT 사이클, 규제 해석 변화 등 변수가 많다. 상장사가 이를 레버리지로 감쌀 경우, 투자자는 코인 가격 외에도 경영진의 운용 판단과 리스크 관리 역량까지 함께 평가해야 한다.
이번 파운더스펀드 이탈이 시사하는 또 다른 포인트는 ‘노출 방식의 변화’다. 과거보다 기관투자자가 이더리움 익스포저를 얻는 경로가 다양해졌다. 직접 커스터디(수탁)부터 규제된 현물 ETF, 스테이킹 연계 상품, 파생상품까지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굳이 레버리지 트레저리 기업 주식으로 우회 노출을 가져갈 유인이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주식 래퍼(상장주식) 형태의 레버리지 트레저리 모델은 경영진의 자본배분, 리파이낸싱 능력, 지배구조, 운용 리스크 등 ‘회사 고유 리스크’를 추가로 짊어진다. 시장이 강세일 때는 프리미엄이 붙으며 확대 재생산이 가능하지만, 하락장에서는 NAV(순자산가치) 하락→주가 약세→조달 비용 상승→자산 매각 압박으로 역(逆)피드백 루프가 작동할 수 있다.
파운더스펀드가 ETH질라에서 발을 뺀 이유는 공시만으로 단정할 수 없다. 다만 ETH질라가 부채 상환을 위해 이더리움을 처분한 직후 지분이 0이 됐다는 시간표는, 레버리지형 이더리움 트레저리 전략이 가진 구조적 약점을 시장이 다시 가격에 반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더리움 트레저리 모델의 지속 가능성은 ‘이더리움 전망’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레버리지 수준, 유동성 관리, 수익 추구 방식(스테이킹·디파이)의 리스크 통제, 그리고 하락장에서 강제 매도 없이 버틸 수 있는 자본 구조가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기사요약 by TokenPost.ai
🔎 시장 해석
- 파운더스펀드가 ETH질라(ETHZilla) 지분을 7.5%에서 0%로 정리하며, ‘레버리지 기반 이더리움 트레저리’ 모델에 대한 시장의 경계가 커졌다는 신호로 해석됨
- ETH질라가 부채 상환을 위해 ETH를 매각한 직후 지분이 0이 된 타이밍이 겹치며, ‘트레저리=장기 보유’ 내러티브가 하락장에서 쉽게 흔들릴 수 있음을 부각
- 기관의 ETH 익스포저 수단(현물 ETF, 파생, 수탁, 스테이킹 연계 상품 등)이 늘어나면서, 굳이 ‘상장사 주식 래퍼’로 우회 노출할 매력은 약화되는 흐름
💡 전략 포인트
- 레버리지(전환사채/부채)가 얹힌 트레저리 모델은 가격 하락 시 ‘NAV 하락→주가 약세→조달 비용 상승→자산 매각 압박’의 역피드백 루프가 발생할 수 있어, 부채 만기·담보·유동성 계획이 핵심 리스크 체크 항목
- ETH 트레저리는 스테이킹·DeFi 등 ‘추가 수익’을 노릴수록 스마트컨트랙트/슬래싱/락업/거래상대방 리스크가 더해져, 단순 보유형(BTC 트레저리) 대비 운영 난도가 높음
- 상장사 트레저리 주식 투자는 ‘코인 가격’뿐 아니라 ‘경영진의 운용·리파이낸싱·리스크관리 역량’까지 함께 베팅하는 구조이므로, 프리미엄/디스카운트(NAV 대비)와 자본구조를 분리해 평가할 필요
📘 용어정리
- 퍼블릭 트레저리(Public Treasury): 상장사가 특정 자산(예: ETH)을 재무자산으로 대규모 보유해 주식으로 간접 노출을 제공하는 모델
- 스케줄 13G: 미국 SEC 공시 양식 중 ‘패시브(단순 투자) 목적’ 대량보유 보고(경영 참여 목적의 13D와 구분)
- 전환사채(컨버터블): 채권이지만 일정 조건에서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부채성 자금조달 수단
- 강제 매도(Forced selling): 담보/부채 상환 압박으로 보유 자산을 불리한 가격에도 매도해야 하는 상황
- NAV(순자산가치): 회사가 가진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가치(트레저리 기업은 보유 코인 가치 변동 영향이 큼)
Q.
ETH질라(ETHZilla)는 어떤 회사이고 ‘이더리움 트레저리’는 무슨 뜻인가요?
ETH질라는 원래 바이오테크 기업(180 라이프 사이언스)이었지만, 대규모 자금 조달 후 이더리움(ETH)을 회사 재무자산으로 사서 쌓는 ‘트레저리 전략’으로 방향을 급격히 바꾼 상장사입니다.
즉, 투자자 입장에선 코인을 직접 사지 않아도 ‘해당 회사 주식’을 통해 ETH 가격 변동에 간접적으로 노출되는 구조입니다.
Q.
파운더스펀드 지분이 7.5%에서 0%가 된 건 무엇을 의미하나요?
SEC의 스케줄 13G 공시 기준으로, 파운더스펀드 측 보유 지분이 연말 기준 ‘0’으로 기재되며 사실상 완전 철수로 해석됩니다.
다만 13G는 ‘단순 투자’ 목적 공시이므로, 매도 배경이 밸류에이션/리스크 축소/전략 변경 중 무엇인지까지는 공시만으로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ETH질라가 부채 상환을 위해 ETH를 매각한 직후 지분이 0이 된 점은, 레버리지형 트레저리 모델의 취약성에 대한 시장 경계가 커졌다는 신호로 읽힙니다.
Q.
이더리움 트레저리 전략은 왜 ‘강제 매도’ 위험이 크다고 하나요?
트레저리 전략에 부채(전환사채 등)가 결합되면, ETH 가격 하락 시 자산가치가 줄어드는 동시에 상환/담보/유동성 압박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회사는 장기 보유 전략과 무관하게 ‘빚을 갚기 위한 매각(강제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커집니다.
실제로 ETH질라는 2025년 12월 부채 상환을 위해 2만4291 ETH를 매각했는데, 이런 사례는 하락장에서 레버리지형 모델이 빠르게 방어 모드로 전환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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